'San Francisco'에 해당되는 글 4

  1. 2008/10/30 Keith.Gichurl 샌 프란시스코 이야기(Tales of the City) (2)
  2. 2008/09/07 Keith.Gichurl 샌프란시스코발 싱가폴 항공기는 그리움을 남기고 떠오르는가... (2)
  3. 2008/07/21 Keith.Gichurl a Jimmy Eat World gig at Fillmore, San Francisco (0)
  4. 2008/06/30 Keith.Gichurl 38th San Francisco Pride Parade (2008) (2)

샌 프란시스코 이야기(Tales of the City)

POP*OUT | 2008/10/30 00:07 | Keith.Gichurl
올 해 초 학교에서 방문학생 프로그램으로 미국에 가게 되었다. 4학년 1학기라는 나름 취업을 위한 중요한 시기이겠지만, 리스크를 무릅쓰고 참가하기로 했다. 그 당시만 해도 환율이 1000원 내외로 안정적이었고, 미국은 언젠가는 꼭 가보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학교가 있던 곳은 헤이워드(Hayward)라는 도시로 샌프란시스코 만의 동쪽에 위치한 곳이었다. 그러니까 산 마테오 다리를 건너서 칼트레인이나 샘트랜스를 이용해 북쪽으로 움직이거나, 이스트 베이(샌 프란시스코 만을 중심으로 동쪽)지역에서 광역 통근용 전철인 바트(Bart)를 타고 40여분 정도면 샌 프란시스코에 갈 수 있었다. 학교는 더 할나위 없이 조용해서, 마음껏 쉬고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운동을 했다. 그리고 주말이면, 샌 프란시스코로 가는 바트에 몸을 실었다. 

물론, 샌 프란시스코에 살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도보와 뮤니(Muni)라는 대중교통 시스템을 이용하면 손쉽게 어디나 갈 수 있는, 아주 높은 언덕 위를 올라가면 발 끝에 걸린 구름을 볼 수 있는 아름답고 낭만적인 이 도시를, 나는 주말마다 조금씩 퀘스트를 해결하는 어드벤처 게임의 주인공의 심정으로 다녀 보았다. 

그러던 어느날, 유니언 스퀘어에 있는 보더스(Borders)에서 여느때처럼 클럽이 붐비기 전까지 책을 둘러보고 있을 때였다. 지역을 소개하는 여러 책자를 모아둔 곳에서 "도시 이야기(Tales of the city)"라는 소설책을 찾게 되었다. 이 책의 표지에는 샌 프란시스코로 추정되는 도시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책을 둘러 보면서 제목과 대충의 문장들 사이에서, 매일 매일 탐방하던 익숙한 거리의 이름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샌 프란시스코 국제 공항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기까지 이 책의 전부를 읽지 못했다. 한국에 와서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며, 그 아름답던 도시에 대한 그리움이 고개를 들 때즘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Armistead Maupin의 Tales Of The City는 San Francisco Chronicle이라는 신문에서 연재된 소설이었다. Mary Ann Singleton이라는 미중서부의 보수적인 도시 클리브랜드 출신의 젊은 여성이 도시의 매력에 빠져들어 바버리 레인 28번지(28 Barbary Lane)에 아파트를 얻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미국에서도 가장 독특한 분위기를 지닌 개방적이고 아름다운 도시의 이야기는 후에 6권의 시리즈와 소설 속 캐릭터인 Michael을 중심으로 한 스핀오프격인 Michael Tolliver Lives라는 소설까지 7권이 출간된다. 영국과 미국 등지에서 텔레비전 시리즈로도 제작이 되게 된다.

이 소설은 한국에는 번역이 되지 않았고, 문학적인 깊이가 아주 뛰어난 고전이거나 하지는 않다. 하지만, 워싱턴 DC의 보수적인 가정 출신의 작가가 여러 직업을 거치다가 샌 프란시스코 AP통신에 전근을 오면서 정착하게 된 이야기를, 이방인들의 도시인 샌 프란시스코에서의 하루 하루를 생동감있게 소설로 써내었다.

뒤늦게 후회한 점은, 이 소설을 이제야 읽게 되었고, 등장하는 장소의 반은 이미 가 보았기 때문에 지독한 그리움이 남고, 나머지는 가 보지 못한 장소이기 때문에 더욱 더 아쉬운 감정이 든다는 것이다. 예전에 미국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때, 영문학 교수 한 분이 하신 말씀이 있었다. 샌 프란시스코 만 지역(San Francisco Bay Area)에는 지역 출신이라는 것이 없다고 한다. 모두들 어떤 이유로든 가족을 떠나서 둥지를 틀게 된 곳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 조그만 도시 안에서도 히스패닉 문화가 짙게 베인 미션 지역과 LGBT커뮤니티의 해방구인 카스트로 지역, 구름이 두껍게 깔리는 언덕에 위치한 차이나 타운이 자연스럽게 공존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파웰 거리에서 마주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당신보다 샌 프란시스코가 더 낯설지도 모른다. 샌 프란시스코는 그 이국적인 이름에서 풍기는 분위기에,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오래된 케이블카와 도시 곳곳에 아름다운 미항으로서의 향취 때문에 미국 사람들이 꼭 한 번 살고 싶어하는 도시로 여기기도 한다고 한다. 

아직 뉴욕을 가보지도 못했고, 시애틀을 가보지 못했고, 있던 곳에서 가까운 엘에이 지역도 가보지 못했다. 하지만, 샌 프란시스코가 주는 도시의 느낌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그 곳은 내가 꿈꾸던 이상적인 도시의 모습을 많이 닮았는지도 모른다. HBO에서 연극을 텔레비전 시리즈로 각색한 엔젤스 인 어메리카(Angels In America)에서 천국을 샌 프란시스코와 닮은 곳으로 표현하는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이 도시에서는 당신은 이방인으로서 존재한다고 해도 그리 이상하지 않을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 작은 도시를 나의 상상력의 무대처럼 즐겁게 탐험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았다. 하지만, 표현이 굉장히 대중적이고(지금 읽어도 손색이 없는 정도로 모던하기도 하다) 신문 지면에 연재되던 소설이라, 2 페이지 정도에 하루에 일어난 일이 실시간 체험처럼 담겨 있어서 아주 속도감 있게 읽어 나갈 수 있다. 만일, 이 책을 미리 읽었었다면, 돌로레스 파크를 지나서 처치 카스트로 디스트릭트로 향하는 쳐치 스트리트의 트랜스퍼라는 클럽과 세이프웨이를 지나 지하를 통해 샌 프란시스코의 다운타운과 엠바카데로로 향하는 J라인의 전차를 탈 때, 조금 더 깊은 감흥을 느꼈을 지도 모른다. 샌 프란시스코의 아름다움을, 론리 플래닛 같은 책이 아닌 좀 더 생생한 느낌으로 전해받고 싶다면 꼭 이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9월 6일 싱가폴항공편으로 SFO-ICN 귀국편에 오릅니다.
학교가 있던 헤이워드가 워낙에 조용한 동네라 별 느낌은 없겠지만, 주말마다 부지런히 원정을 다닌 샌프란시스코는 정말로 그리울 듯 하네요.

CRW_3284.jpg by you.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실 즈음에는 비행기에 오르고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예약 포스팅입니다. 그럼, 비행기가 이륙할 때의 그 아스라한 느낌을 한 곡의 노래로 표현하죠...


공연시작 전 이런 저런 잡스런 이야기 보기...


유튜브에 올라온 오프닝곡으로 기억되는 "Big Casino"


지미 잇 월드는 데뷔앨범 Bleed American으로 화제를 모은 앨범이다. 아마 대부분의 팬들은 이 앨범을 듣고 그 다음의 Futures나 Clarity EP, 최근의 Chase This Light보다 데뷔앨범을 더 잘 기억할 것이다. 나도 그 중의 일부고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새로 나온 디럭스 에디션의 Bleed American을 듣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지미 잇 월드의 음악은 너무나도 연약해서 분노가 느껴지는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로 하여금 춤을 추도록 하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 불안정하고 여리고, 힘의 강약을 조절하지 못하는 그런 정서를 힘있는 사운드에 담아낸다. 모범생같은 이미지의 이쁘장한 얼굴과 그 위로 살짝 드리워진 곱슬머리를 찰랑거리는 짐 앳킨스(Jim Adkins)가 몸을 바쳐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위대해 보이는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세상이 쿨한 아이들과 루저들로 나뉜다는 이상한 기준으로 술렁일 때 그 중간의 모호한 경계에서 소리를 지르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지도 못하는 그런 불안감을 폭발시키는 기폭제 같은 음악을 두 시간동안 춤을 추며 따라 부를 수 있었던 것은, 순박해 보이는 사람 좋은 청년들의 폭발적이면서 아름다운 멜로디의 향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Sweetness The Middle 때문에 공연을 간 것이 사실인지라. 초반에 Sweetness가 나왔을 때는 The Middle이 언제 나올 지 한참을 기다렸다. 결국 정말 마지막 곡으로 준비한 The Middle이 나왔을 때 그 기다림이 끝났다. 그냥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이 새삼 떠오르면서 노래를 계속해서 따라 불렀다.

그다지 좋은 카메라로 촬영하지 않은 유튜브의 비디오

최근에는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mtvU같은데서 Big Casino라는 노래를 계속 보내주고 있다. 그렇다고 이 노래가 The Middle의 아성을 깨기 위해 노력한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하자는 건 아니다.


38th San Francisco Pride Parade (2008)

POP*OUT | 2008/06/30 16:37 | Keith.Gichurl
프라이드 퍼레이드

시청앞 광장의 인파



샌 프란시스코의 중심가를 가로 지르는 마켓 스트리트 곳곳의 무지개색 깃발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이 도시는 미국에서 가장 LGBT(Lesbian, Gay, Bisexual and Transgender)커뮤니티의 활동이 개방적이고 활발한 곳이다. 이번 38번째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지난 5월 18일에 결정된 동성결혼 합법화를 기념하는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2번째로 주정부 단위에서 동성결혼을 합법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연방정부단위에서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샌 프란시스코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코스로 손 꼽히는 카스트로 디스트릭트에서는 LGBT영화제가 지난 주 부터 열리고 있다.
이번 퍼레이드는 토요일 밤 카스트로 지역을 막아서, 야외 댄스 행사가 열렸고, 시내 곳곳에서 기념이벤트가 펼쳐졌다. 일요일에는 프란시스코 시내 곳곳에서 무대가 개설되고 마켓 스트리트를 따라 퍼레이드가 이어졌고, 오후부터는 시청 앞 광장에서 메인 이벤트가 열렸다.

샌 프란시스코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행사의 규모나 정치적인 이슈 면에서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애플이 게이친화적인 데 반해, 삼성은 아니다라는 기즈모도의 기사도 있었다. 게이마켓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소비가 활발하며, 게이마켓에서의 성공이 일반시장으로도 확대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연구가 되는 타켓층이다. 이번 프라이드 퍼레이드에서도 다양한 회사들이 '다양성'을 존중하는 이미지를 광고하며, 자랑스럽게 이번 행사를 스폰서 한다는 광고를 내기도 했다. 우리가 잘 아는 의류 브랜드 갭(Gap)이나 구글같은 회사의 이름도 올라와 있다. 이번에 퍼레이드에 참여한 영화 "맘마미아"의 경우, 대표적인 게이컬쳐 코드인 뮤지컬+아바를 영화로 만들어 열렬한 반응과 함께 엄청난 홍보 효과를 거두었다. 올해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낼 듯 하다.

맘마미아

곧 개봉할 영화 맘마미아의 홍보 차량. 아바는 대표적인 게이컬쳐코드이다.


리젠시 호텔 앞의 맘마 미아

리젠시 호텔을 지나는 맘마 미아차량


리바이스

리바이스 홍보차량


리바이스 처럼 붉은색의 로고를 컨셉으로, 고용조건에 있어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홍보 피켓을 들고 참여하기도 했다. LGBT커뮤니티에 대한 배려는 기업에 있어서는 차별적인 소구를 가능하게 할 지도 모른다. 적어도 성장세를 보이는 관련 산업과 트렌드를 본다면 말이다.

그리고 이번 퍼레이드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메인 무대의 행사 중 MC를 보던 출연진 중 한 사람이 캘리포니아 주의 동성결혼 합헌화와 흑인출신의 오바마후보를 예로 들며, 오랜 숙원인 결혼에 대한 동등한 권리를 취득함과 동시에 전쟁에 반대하는 흑인대통령의 당선으로 어쩌면 2009년에는 정말 '평화'라는 것을 기대할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했다. 후퇴하는 한국의 정치를 위해 거리로 나온 지금의 한국 상황에 대한 생각이 나지 않을 수가 없는 순간이었다. 

샌 프란시스코의 상황과 다른 미국의 도시들의 상황, 그리고 한국의 현재 상황은 어쩔 수 없이 다를 수 밖에 없다. 미국도 문제가 적잖이 있는 나라이지만, 그래도 이런 변화에 대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한국은 관료적이고 경직된 문화가 쌓이다 못해 폭발해 버린 상황이다. 이제 더 이상 뒤로 갈 수도 없을 정도에도 불구하고, 흐름을 무시하는 정치때문에 시민들이 거리로 나오게 되어 버린 것이다. 시종일관 웃고 춤추는 축제같은 분위기의 퍼레이드와,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건 시위행렬이 대비되자 착찹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다양성의 존중'은 앞으로 계속해서 교류는 활발해지고 차이는 더 해질 여러 집단간의 충돌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이다. 우리는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자란 어떤 사람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을 지 모른다. 이런 다양한 변수를 제대로 이해하는 정치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전쟁과 대립으로 인류는 많은 것을 잃었다. 앞으로는 이해를 바탕으로 세상을 봐야하는 단계가 왔다. 샌 프란시스코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그런 점에서,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우리가 인정하지 않는 어떤 단계를 자랑스럽게 내보이는 행사였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항상 외치는 '평화'라는 것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주는 행사였다. 한국의 광장에도 이런 설레이는 기대와 희망이 넘칠 때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