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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크롬 그래픽 내러티브

sci.hi.fi/Hello, IT | 2008/09/05 02:19 | Keith.Gichurl
구글 크롬 웹브라우저는 지메일의 첫 등장과 파이어폭스의 첫 등장을 합쳐놓은 듯한 정도의 엄청난 관심 몰이를 하고 있다. 구글 크롬은 구글로서 가장 효과적으로 기성 OS와 경쟁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오픈 소스로 개발된 전용 브라우저이면서, 오히려 다른 기성 웹브라우저와 비교해 강력한 성능을 보여주면서, 구글의 서비스에는 최적화 된 그런 것을 말이다. 구글 크롬은 웹을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하기 위한 구글식 '우주정복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겠다.

아쉽게도 맥버전이 아직 나오지 않아서(사파리의 근간인 웹킷 기반인데도, 아이러니컬하게도 맥에서는 더 늦게 사용할 있다니!) 사용해 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눈길을 끈 것은 바로 구글 크롬을 설명하는 내러티브에 있다. 구글은 대부분 간결한 텍스트로 설명을 하거나 구글 문서도구(Docs)같은 경우 비디오로 설명하는 방식을 채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구글 크롬 만큼은 만화, 즉 그래픽 내러티브를 이용해서 전달하고 있다. 이번 구글 크롬의 그래픽 내러티브는 만화 이해하기(understanding Comics)의 저자인 스캇 맥클라우드(Scott McCloud)가 만들었다. (전체만화 보는 링크 : http://www.google.com/googlebooks/chrome/)

스캇 맥클라우드 작품 : 구글 크롬 그래픽 내러티브

스캇 맥클라우드의 만화작법에 대한 이론이 충실히 반영된 설명방식. 액티브엑스 같은 플러그인의 난감함에 대한 설명이다.

특히 맥클라우드의 이론서에 나온 것 처럼 패널전환을 이용한 이야기의 흐름, 감정이 실린 그림과 소리를 대신하는 텍스트 등의 기법이 총망라 된 이런 페이지 같은 경우를 때 구글 크롬을 설명하는 데는 그래픽 내러티브의 도입이 효과적인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웹브라우저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IE계열도 기존 엔진에 여러 기술을 결합한 웹브라우저들이 많이 공개되었고, 모질라 같은 오픈소스 진영에 의해 탄생한 파이어폭스 웹브라우저나 그 외의 많은 웹 브라우저들이 오픈소스 기반으로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나와 있다. 특히, 이런 서비스에 최적화된 브라우저로서 모질라 기반의 플록(Flock)같은 경우 플리커나 블로그,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킹에 최적화된 웹브라우저로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글 크롬으로서는 자신들의 새로운 기술을 자세하게 전달하게 산만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매체가 필요했을 것이다. 동영상은 빠르게 진행할 것인가 느리게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웹브라우저에서 보여지는 화면에 적합한 영상을 어떻게 꾸밀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  그리고 위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브라우저 창과 실제 인물의 대화를 특수효과를 이용해 만들어야 한다. 이럴 경우 제작에 대한 부담감도 클 것이고, 특히 크롬 브라우저의 빠른 속도와 간편함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인 '플래시 비디오'를 구동해야 하는 위험성도 도사리고 있다. 텍스트 기반이라면, 이 방대한 기술적 내용을 한 번의 방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서술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구글은 짐작했을 것이다.그럴 경우 크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기술적인 혁신'에 대한 전달이 특정 계층에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

시각적으로 효과적이면서도 자세하게 전달하기 위해 구글은 스캇 맥클라우드의 그래픽 내러티브를 이용하는 판단을 내렸다. 특히, 이 만화는 구글을 환기시키는 컬러톤에 시각적으로 부담이 없는 그림체가 돋보인다. 특히, 굉장히 복잡한 기술적인 내용의 경우 이 만화를 읽다 보면 감이기 때문에, 크롬이라는 웹 브라우저에 대한 이해도도 굉장히 높아진다. 동영상이나 텍스트의 경우 시각적으로 한번에 받아들이는 분량에 맞춘 컨트롤이 힘든 편이다.
스캇 맥클라우드작 구글 크롬 그래픽 내러티브

구글 크롬의 목적을 '알기 쉬운(!)' 그림으로 잘 표현하고 있는 사례.


이 페이지는 구글 크롬이 왜 이런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크롬'이라는 것을 없애게 되었을 때 사용자가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지도 설명한다. 아래 패널의 그림을 보면 '크롬'이라는 UI테두리를 인식하지 않는 네이티브한 웹 브라우징을 위해 노력한 개발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맥클라우드의 이론서를 보면 자주 등장하는 형태의 설명방식인데, 시각을 통해 인지하는 내용이 불필요한 껍데기 없이 인식되도록 하는 구글 크롬의 목적을 설명한다.

이 단 한페이지만 봐도 구글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분명해지고 있다. 구글은 다양한 플랫폼에서 구동이 가능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공개해왔다. 그리고 이제 그 플랫폼과 서비스의 경계인 '크롬'을 없애버린 웹브라우저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름은, 크롬이 없어진 자리에 붙여지는 '크롬'이다.

웹의 변화과정을 살펴보면, 경계가 없어야 할 인터넷임에도 이상하게 한국과 미국의 인터넷 문화를 비교하게 된다. 두 나라 다 인터넷이 생활에 아주 밀접하게 관계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사용환경의 양상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은 유난히도 특정 플랫폼에 민감한 서비스들이 많은 곳이다. 미국같은 경우는 촌스럽더라도 다양한 환경에서 이용이 쉽도록 만드는 서비스들이 많다(물론 안 그런 서비스는 더 많지만, 우리나라 스포츠 신문보다 더 산만하고 지저분한 서비스도 지천에 있다.)

물질적이고 육체적인 것을 초월하고 정신적인 가치를 중요하는 것이 동양적인 사상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줄이고 비우는 생략과 여백이 동양의 정신이라는 말도 많이 한다. 하지만, 구글 크롬을 보면, 웹의 여백을 중시하고 육체를 버리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곳이 서양이 주체가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문화에는 화면 렌더링에 알맞은 헬베티카 같은 폰트와, WWW의 초기 부흥 시기의 화려한 웹의 끝까지 갔다가 이제는 HTML와 CSS를 분리하면서, 화면의 레이아웃의 미려함과 사용성을 고려한 그 동안의 행보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멀티 컨버전스와 유비쿼터스는 거창한 단어의 사용이 아니라, 이런 거대한 흐름을 꿰뚫는 맥락의 이해가 중요하다. 간결하고 명확하게 자신의 기능에 충실한 모듈(module)들이 있을 때, 이런 것들을 적절히 매쉬업(mashup)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맥클라우드는 만화 이해하기(Understanding Comics)에서 만화(Comics)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를 홈통(gutter)로 설명했다. 거터, 홈통이라고 불리는 것은 만화에서 네모로 둘러쌓인 패널과 그 다음 패널 사이의 틈을 말한다. 만화는 정지된 그림을 비연속적으로 제시한다. 뇌에서는 이런 비연속적인 이미지를 받아들여서 하나의 흐름으로 다시 조립하게 된다. 이 홈통이라고 불리는 여백이라는 역할은 그런 비연속적 이미지들을 재조합하게 뇌로 하여금 상상하게 하고 인식을 효과적으로 하게끔 숨 쉴 틈을 주게 한다.

그냥 깔끔한 웹브라우저 하나 만들었을 뿐인데, 구글에 대한 환호가 이어지는 이유는 앞으로 웹이 변해야 방향을 제일 잘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윈도(Windows)라는 창에 갇혀있던 네티즌을 해방하기 위해 그크롬색 창을 깨야 한다는 가장 혁신적인 혁명의 방식을 제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구글 크롬은 단순한 코드해석의 신기술이나 디자인의 혁신이 아닌, 인터넷과 플랫폼의 지위를 전복하려는 대담한 시도이다.

강풀 이웃사람

POP*OUT | 2008/06/09 11:05 | Keith.Gichurl

6월 9일자로 강풀의 새 연재만화 "이웃사람"이 연재되기 시작했다.

강풀의 이웃사람중 한 컷. 영화처럼 포커스를 다르게 준다.

영화에서 인물에 따라 포커스를 다르게 주는 기법을 적용한 컷. 강풀의 "이웃사람" 중


강풀의 만화에서 보여주는 특징 중 하나가, 위와 같이 인물에 따라 포커스를 다르게 주는 기법일 것이다. 최근의 미스테리심리썰렁물시리즈에서 누가 사람이고 누가 귀신인가하는 문제를 혼란스럽게 하기 위해 이런 기법을 많이 사용한다. 이번 화는 비교적 호흡이 길어서 긴장감이 떨어지는 역효과가 있기는 했지만, 강풀만의 특유의 스타일이 잘 살아나는 만화라 앞으로의 시리즈가 기다려진다.

내가 만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최근에 듣게 된 미국 만화 수업 때문이데, 만화가 차세대 컨텐트 사업을 주도할 미국에서도 지금 슈퍼히어로물 코믹스와 새로운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에 대한 관심이 크다. 그리고 웹을 이용한 만화장르에도 관심을 많이 가진다. 한국은 출판만화의 시대가 빨리 끝나버리면서 웹툰쪽으로 많은 컨텐트가 몰려 든 케이스이다. 웹툰은 호흡이 비교적 짧고 출판만화가 보여주는 전통적인 패널구성에서 자유롭다. 기존 만화에서 보여주는 패널 장면 전환이나 선, 말풍선의 쓰임새가 상당히 다를 수 밖에 없다. 강풀의 위와 같은 장면이 최근의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의 기법을 적극 활용한 웹툰의 독특한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런 장면 구성은 강풀이 영화라는 매체에서 화면구성의 힌트를 얻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괴물2의 각본작업은 강풀이 진행중이다. 전통적인 시나리오 형태가 아닌 소설과 같은 이야기 설명에 자신만의 그림으로 진행한 초고가 채택이 된 이 영화는 한국만의 괴수 장르물의 탄생과 '괴물'이라는 새로운 프랜차이즈의 탄생을 예고한다. 그리고, 강풀이라는 웹툰 작가 출신의 만화작가가 영화 제작에 참여해서 더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에서 문화장르가 성장하지 못하는 조건중(적극적 소비가 이루어지지 않는 탓도 있지만)에 하나가 아마 새로운 기법을 이용한 다양한 서사에 대해 소극적이라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젊은 세대들은 해외 작품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해서, 자신들만의 정석적 룰을 만들어 버린다. 아직 크지도 않은 시장에 '정통성'을 섣불리 논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강풀은 '정통성' 혹은 '정석'에 관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작가일 것이다.

'그들도 영화처럼'이라는 영화 패러디 만화로 '강도영'이란 이름으로 시작한 강풀의 행보에 관심이 가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문화상품의 시장이 없다. 다양한 장르의 소비도 이루어지지 않고, 창작또한 너무 닫혀 있다. 강풀이라는 상징적인 작가 브랜드의 성장은 그래서 더 값진 것 같다. 만일 강풀에 대해 마음이 들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면 끊임없이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호감이 간다면 강풀의 작품세계에 적극적으로 환호를 보내야 한다. 미래는 그렇게 시작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