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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지 않아 2주년

POP*OUT | 2008/11/20 01:57 | Gichurl
어떤 영화의 개봉 2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라는 한 번 상상해 보길 바란다. 물론, 어떤 규모의 어떤 영화든 상관 없다. 지금 세상의 영화란 시간 없을 때 간편히 다운로드 받아볼 수 있는 것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독립장편 퀴어영화인 후회하지 않아의 개봉 2주년째라면?

중앙시네마에서 열린 후회하지 않아 2주년은, 인터넷이란 매체를 통해 영화 제작에 힘을 불어 넣었던 후회폐인 현상이 아직도 유효함을 증명해 보였고, 잘 되는 영화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관심이 큰 힘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DVD로만 다시보고, 예전 상영 때 늦게 가는 바람에 처음에 놓친(지금 다시 보니 영화 시작 직전에 들어갔던) 장면을 스크린으로 다시 보게 되었고, 중앙시네마 인디관의 탁월한 음향시스템도 다시금 경험하게 되었다. 2년이 지났지만, 영화는 여전히 패기가 있었고 슬프기도 웃기기도 하다가, 고통스럽기도 했으며, 마지막에는 꽤 도발적인 결말을 보여주기도 하는 그 힘은 여전했다.

이 날 상여회에는 후회하지 않아의 재상영과 함께 이송희일 감독과 주연배우인 이영훈이 참석하는 GV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김조광수 대표의 최근 감독 데뷔작인 소년, 소년을 마나다가 상영되었고, 소준문 감독의 올드랭사인, 한지혜 감독의 기차를 세워주세요, 홍동명 감독의 비노, 달리자가 이어서 상영되었다. 그리고 소준문 감독의 GV가 있었다.

아마도 위의 영화들을 따로 따로 챙겨보는 건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게다가 스케쥴도 잡기 쉬운 주말 밤을 새는 일정이라면 하루쯤은 이렇게 영화를 보는 것도 근사한 일이다. 특히, 퀴어라는 문화코드를 전면에 궤뚫는 다양한 영화들을 보게 되는 아주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건, 비단 영화가 가진 힘이나 마케팅 능력이니 자본의 힘으로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끊임없이 인터넷을 통해 호기심을 유발하고 팬들을 모아서, 영화의 제작에 참여시키고 그래서 2년이 지나도 여전히 후회가 없는 선택이 될 수 있는 노력들이 빛을 발하는 것이리라. 에디슨이 제안한 혼자서 동그란 구멍을 들여다보는 방식이 아닌, 지금의 어두컴컴한 상영관에 모여 앉아서 영화를 보게 된 시스템이 채택되고 표준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최첨한 HD영화를 IPTV로 전송받아 볼 수 있는 시대에 사람들은 여전히 모여 들어 밤을 새워서 웃고 떠들고 박수 치기 때문이다.

소년, 소년을 만나다

POP*OUT | 2008/11/20 01:38 | Gichurl
소년, 소년을 만나다(이하 소소만)는 아주 짧은 단편이지만 그 의미는 각별한 영화이다. 후회하지 않아 2주년 밤샘영화제에서 미리 보게 되었다. 20일부터 공식적인 상영이 시작되며 자세한 일정은 [수정]소소만 개봉극장과 상영시간표 알려드려요.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영화는 길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에게 반한 19세 게이 소년들의 만남을 다루고 있다. 10대청춘들이 길에서 첫눈에 반하는 거야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서로 같은 남자라면 어떻게 공개적으로 프로포즈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하는 영화이다. 아주 어릴 때 부모님이 사다 준 성교육 책이 해외에서 써진 책을 번역한 것이어서, 어린 나이에 본의 아니게 과감한 표현들을 많이 보게 되었다. 그 책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내용을 다루면서, "특히 도심에서 떨어진 시골(아무래도 부도심을 뜻하는 suburban의 번역인듯)에서의 동성애자들의 만남은 힘들 수 밖에 없다."라는 글귀를 보았다. 그리고 이 문제는 지금까지도 완벽하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데 해외에서 새로운 벼룩시장 서비스로 각광받고 있는 크렉리스트(craigslist.co.kr)의 한 코너에는 "missing connection"이라고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지나간, 자신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상대를 찾는 광고들이 꾸준히 올라온다. 그리고 물론 그 코너에는 m4m섹션도 있다.

"언제 차나 잘 할까요?"라거나 덥석 손이라도 잡을라 치면 바로 주먹이 날아올 지도 모르는 소년이 소년에게 첫 눈에 반하는 순간에 대해 대사는 한 마디도 없지만, 큐피트로 분한 예지원씨의 뮤지컬 연기가 충분, 그 이상의 설명을 해준다. 옛날 옛적에 멋진 공주님과 지구 반대편 나라 왕자님은 첫 눈에 반해서...같은 어린 시절 동화보다 더욱 더 판타지한 이 현실을 소소만은 아름다운 화면과 미소년들의 연기, 그리고 예지원의 판타스틱한 노래와 춤으로 표현한다.

10대 소년들의 삥뜯기와 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설레이는 사랑의 감정이 아주 뽀얀 화면에 표시된 이 영화는 짧지만 의미있는 작업을 한 셈이다. 필름통이 도르르 굴러서 좋아하는 상대의 발치에서 멈추면서 시작하다가 어느새 뮤지컬 분위기로(친절하게 가사도 나오기 때문에 따라부르기도 좋을듯?)급전환을 맞고 어느새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된다.

영화는 청년필름의 대표인 김조광수 대표가 한국에이인권운동단체인 친구사이와 함께 제작하며, 본인이 직접 연출한 영화이다. 얼마 있지 않아 맞이하는 청년필름의 10주년을 기념해 처음으로 감독을 맡게 되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영화이기도 하며, 퀴어단편이지만 완성도나 캐스팅 면에서 블록버스터급 스케일을 자랑하는 것도 특징이다. 무엇보다 감독의 '게이들의 삶이 힘겹고 칙칙한 것만이 아닌 밝고 명랑한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의도처럼 샤방샤방하게 영화가 나와주어서 보기에 기분이 참 좋은 작품이다.

이 영화는 독립단편제작이라는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터넷 블로그 "소년, 소년을 만나다"와 김조광수 대표의 블로그 "광수닷컴"을 통해 제작전부터 적극적으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로인해 '소년단'이라는 팬들의 모임에 의해 제작비의 일부가 모금되기도 했다. 이미 "후회하지 않아"때의 팬덤 현상을 이용해 독립영화의 한계를 극복한 바 있는 청년필름으로서는 팬들이 직접 제작과정과 개봉까지 참여하는 새로운 방법의 장점을 적극 이용하고 있는 듯 하다. 아마도 인터넷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이런 시대에서는 영화를 다운로드 받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것은, 인터넷이란 매체를 통해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영화 제작과 관련한 이야기는 본편 상영이 끝난 후 곧바로 상영되는 메이킹 필름에서 볼 수 있다.

소년 소년을 만나다

소년 소년을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