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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President

POP*OUT | 2008/11/05 14:06 | Gichurl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단 한 줄의 말은 정말이지 많은 것을 설명한다. 이 찬란하게 빛나는 캐치 프레이즈는 그 동안 전세계인이 고민해 온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해 줄 영웅의 탄생이라도 맞는 듯 하다. 그 동안 힘을 잃었던 아메리칸 드림의 부활일지도 모르겠다.

올 봄에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갔을 때만 해도,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예 무시하는 게 아니라, 그런 일련의 행동들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단 하나 깨달은 것이 있다면 지금의 우리 나라의 상황은 정치적인 무관심의 역할도 꽤 클 것이라는 것.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정치적인 싸움이라기 보다는, 전형적인 영웅 드라마를 실시간으로 쓰는 전국민적인 엔터테인먼트였다. 모든 매체를 활용한 광고와 홍보 전략, 부드럽지만 단호하고 확고한 음성의 연설과 열광하는 사람들로 보여 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는 아마 우리 국회의 육탄전을 제외하고 가장 뜨거운 열기를 보여 주는 예가 될 것이다.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말을 잘 걸어왔었다. 길을 가다가도 수업 중에도 넋을 잃고 있다보면 어느새 대화가 시작된 경우가 많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물어보기를 오바마(Obama)의 연설을 보았느냐는 것이었다. 한 수업시간에는 유튜브로 직접 연설의 일부를 같이 보기도 하였고, 더블린에 산다던 프랑스-스페인계 혼혈인 아저씨는 전철의 옆자리에서 오바마의 연설이 얼마나 감동적이었고, 한 마디 한 마디가 와 닿았는지를 말해 주었다. 나는 그의 연설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고, SNL이나 매드TV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패러디로 만든 것만 봤기 때문에 조용히 듣고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그리고 샌 프란시스코의 게이 퍼레이드의 한 공연장에서는 사회를 맡은 드랙 퀸(Drag Queen)이 무대에서 오바마의 당선을 확신한다며 말했다.
여러분 이제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나타날 것입니다.
오바마는 전쟁을 반대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진정으로 평화라는 것을 경험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사실 이 말이 백퍼센트 바람직한 발언이 아니라는 것을 나도 잘 안다. 하지만, 오바마의 당선은 세계가 변화하는 것을 상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말 우리는 착하게 살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는 그런 플라시보를 경험하게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오바마

Mr. President / Obama 이미지: ABC News



ABC 뉴스 웹사이트에서는 이미 발빠르게 "Mr. President"라는 이미지로 당선을 축하하고 있다. 오바마의 당선으로 많은 것이 바뀌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루 아침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날 리도 없다. 삶은 계속되고, 적당히 불쾌하고 적당히 행복한 생활 또한 계속될 것이다. 그래도 오바마의 당선이 의미가 있는 것은, 그 동안 가능은 했지만 확률이 적은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비록 그것이 가식이더라도 어느 정도의 선한 정의가 이길 수 있음을 보여 준 사례일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아메리칸 드림이 다시금 실현된 것을 보여주는 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 나라 국민들은 그렇게 느끼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앞에 붙이는 호칭으로 미스터(MR)라는 호칭이 나오기까지, 실제로 미국의 초대 대통령을 맞은 건국의 담당자들은 골머리를 앓았다고 한다. 미국은 왕이 통치하는 곳이 아닌, 평등이라는 이미지 위에 건국되는(비록 위계 질서라는 것이 다른 이름으로 엄연히 존재한다고 해도) 나라이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 맞는 적절한 호칭이 필요했을 것이다.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는 아주 동등한 위치에서 예의 바르게 불러줄 수 있는 미스터(MR)란 호칭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한 때 미스터가 들어갈 자리에 각하를 붙였던 나라의 국민으로서 더욱 그 이야기는 흥미롭게 들린다.

오바마의 당선으로 정치는 점 더 생활 가까이 침투했으면 좋겠다. 백 개의 다른 생각이 공존할 있도록, 공격하거나 방어하지 않아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그런 정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