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버크롬비 앤 피치의 도쿄 플래그십 스토어는 아시아로는 최초, 애버크롬비 앤 피치 플래그십으로는 다섯번째 매장이다. 긴자는 편지봉투 한장만 떨어뜨려도 2백만원 정도의 값어치를 할 정도로 살인적인 땅값을 기록한다고 한다. 애버크롬비 앤 피치의 플래그십 매장은 자연스럽게 좁고 길게 지어졌고, 긴자에서 조르지오 아르마니 빌딩을 제치고 긴자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되었다. (시공사인 셀도프 아키텍쳐 홈페이지 참조, http://www.selldorf.com/selected_projects/retail/abercrombie_japan.htm)

긴자역에서 내려 예의 그 유명한 교차로를 지나서 자라나 H&M부터 각종 명품매장들이 들어선 방향을 것다가 우연히 고개를 돌리면 검은색 톤의 길쭉한 건물이 보인다. "Hi, Guys"라는 아주 캐쥬얼한 인사를 전해받고 건물에 들어서면 우선 초콜릿같은 근육질 남성의 육체를 강조하는 동상과 함께 그 동상을 연상시키려고 고생해서 찾았을법 한 일본 모델 청년이 청바지만 입고 매장을 서성거리고 있다. 어두운 실내에 울려퍼지는 114개의 스피커와 83개의 서브우퍼(위키피디아 참조, http://en.wikipedia.org/wiki/Abercrombie_&_Fitch#cite_note-selldorf_tokyo-56)에서 울려퍼지는 하우스 뮤직에 춤을 추고 있는, 손님 숫자의 3분의 1정도나 될 법한 많은 수의 스탭들을 지나면 끝이 보이지 않는 높이의 계단이 보이게 된다. 실제 옷이 진열된 면적은 굉장히 좁은 편에 직원들은 곳곳에서 쿨한 태도로 춤을 추고 있고, 계단의 벽면에는 젊은 남성의 육체를 찬양하는 벽화로 장식되어 있다. 옷은 가격표가 잘 보이지 않도록 진열되어 있고, 애버크롬비 앤 피치 특유의 향이 퍼지고, 어두운 실내에 옷에만 내려오는 예의 그 조명은 잘 표현되어 있었다. 한 층 한 층 걸어서 올라가는 게 쇼핑의 묘미이겠지만 애버크롬비 앤 피치 긴자 매장은 11층에 이르는 전 매장을 둘러보는 것 만으로도 애버크롬비 앤 피치 모델처럼 보이게 하는 운동효과를 주는 목적도 친절히 달성하고 있는 듯 하다. 컬렉션은 신상품 위주이며 아주 정돈이 잘 되어 있어, 그 동안 애버크롬비 앤 피치를 캘리포니아 중소도시 근처의 몰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사 입었던 고객이라면 아주 실망할 듯한 분위기이다.

애버크롬비 앤 피치는 해변을 뛰노는 근육질의 젊은 청년들의 이미지를 상품화하는 브랜드이다. 국내에서는 후야유(WhoAU)가 가장 벤치마킹을 적극적으로 한 것으로 보이는 이 브랜드는 많은 측면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남성 육체를 과도하게 상품화하는 이미지 때문에 때로는 아주 퀴어한 느낌마저 들도록 하는 의상 모델이나 카탈로그, 디스플레이 이미지 촬영은 이미 유명하며, 긴자 플래그십 스토어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리고 스웻샵(Sweatshop)이라고 하는 제3세계의 노동력을 착취해서 대량의 의류를 만드는 시스템으로도 원성을 받는 브랜드이다. 국내에서는 구입할 수 없는 이유로 해외 구매 대행을 하는 다양한 머천다이징과 물류 산업을 키우는데 많은 역할을 하기도 했다.

애버크롬비 앤 피치의 긴자 플래그십은 가장 일본적인 느낌이 드는 공간이다. 특히 도쿄에는 전세계의 모든 특이한 것들이 다 모여드는 듯한 착각이 드는데, 각국 곳곳의 신기한 것이 골목 골목 발견될때마다 초현실적(surreal)인 느낌이 든다. 애버크롬비 앤 피치의 긴자 매장은 애버크롬비 앤 피치의 클리셰만을 다 모아둔 아마도 전세계에서 가장 초현실적인 매장이 아닐까 한다. 긴자의 좁고 끝이 보이지 않는 탑을 걸어서 올라가는 경험은 옷을 사는 것이 아니라 아주 퇴폐적인 느낌이 들 정도로 쾌락을 극대화한 트렌디한 클럽을 둘러보는 느낌이 든다. 그곳은 이미 상품의 가격과 패션 산업 시장의 의미는 없어지고, 트렌디함에 초현실적인 이미지만 남아있는 듯 했다.

애버크롬비 앤 피치에 대한 가장 명쾌한 설명은 해당사의 홈페이지가 아니라 매드티비(MADtv)의 패러디 코미디쇼 시리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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