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올 해 최고의 공포 영화 두 편이 아닐까 한다. 두 편 다 장르를 비트는 묘한 재주가 있다. 두 영화는 상당히 다른 스타일로 공포를 표현한다. 하지만, 이 두편은 영화로서 명쾌한 플롯을 보여주는데다가 스토리도 재미가 있고 캐릭터간 균형도 적절했던 것 같다. 특히 '호러'나 '스릴러'같은 장르를 표방할 때는 장르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에 플롯이나 캐릭터의 균형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이 두 영화는 원래 표방하는 장르를 비틀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뼈대를 온전히 살려낸 것 같다. 그리고 이 두 영화는 사람의 두려움을 아주 잘 파고들기 때문에, 나 같은 겁많은 사람은 눈가리고 귀를 가려도 무서워 죽을 지경이었다.
마더는 스릴러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 호러에 가까운 영화이다. 봉준호 영화중에 가장 어두웠던 채색과 분위기가 지배한다. 플란다스의 개의 다크 버전쯤 될법한 이 영화는 끊임없이 배반하고 의심하고 의지해야 하는 어머니가 등장한다. 들판의 춤사위로 시작해서, 관광버스 댄스로 끝나는 이 영화의 압권인 장면은 작두장면과 관광버스 춤사위 이다. 작두 장면때문에 영화 끝날때까지 가슴을 졸이고 공포에 떨면서 봤던 것 같다. 박찬욱같이 놀래키는 방식은 아닌데, 서서히 신경을 갉아 먹는 느낌이었다.
마더는 한국 영화 혹은 봉준호 감독 영화의 흐름에서 볼 때 영화가 텍스트로서 존재하는 방법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배우, 원작, 마케팅 포인트, 감독의 유명세 등 외부적인 요인을 벗어나 이 영화가 어떤 시대에 어떤 장소에서 보여지더라도 안의 깊이를 전달할 수 있는 독립적인 텍스트로 존재할 수 있을 것 같다.
드래그 미 투 헬은 호러를 비틀어 코미디를 채웠지만, 그 어느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 굉장히 쿨한 영화이다. 감독은 흡사 월미도 타가디스코에 관객들을 태우고는 '자 눈물빠지게 무섭죠?', '이제 웃겨서 눈물 빠집니다.'하는 등의 능숙한 조작을 가한다. 수치심고 양심, 선과 악, 피해와 보상 등의 원초적인 감정의 계산을 정교하게 캐릭터마다 배치해서 어찌보면 결말이 예상이 가더라도 끝까지 확인하고 싶게끔하는 점도 탁월하다. 사실 이 영화에서 유머 코드를 빼면 완벽한 호러 영화의 플롯이 나온다. 호러와 유머를 줄이면 판타지 영화가, 호러와 판타지를 비틀어 코미디 영화로 만들기도 했다. 장르라는 장치를 마음대로 유유히 오가며 만든 유쾌하면서도 오싹하고 멋진 영화이다.
* 최근에 읽고 있는 "스토리텔링의 비밀"이란 책은 다시금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서사의 방식으로 제시한다. 서사의 법칙은 놀랍게도 아직까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책에서 보여준 잘 되는 이야기의 플롯구조와 캐릭터 구성, 그리고 플롯을 복잡화 하는 기법 등 모든 것들이 이 두 영화에 살아있는 듯 했다. 비슷한 종류의 이야기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꼭 참고할 만한 텍스트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