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팟 셔플의 유례없는 하이엔드화로 온라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USB 플러그인 기기에서 웨어러블로 다채로운 색상을 보여 준 아이팟 셔플이 이제는 초소형 클립으로 재탄생했다. 용량은 4GB에 음성안내 기능을 채용하고 본채의 버튼이 없는 리모콘을 달았다.

아이팟 셔플라인은 유독 아이팟 제품군들 중에 가장 논란이 되곤 한다. 아이팟 셔플이 되기 위해 포기한 특정 기능들 때문에, 이 제품의 어두운 미래를 쉽사리 점치는 사람들이 나온다. 나는 아마 새로 나온 아이팟 셔플을 "small talk"이란 슬로건으로 부르며 다른 제품으로 분류할 것 같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새로운 iPod shuffle에 번들로 들어가는 리모트 이어버드에서 정체모를 칩이 발견된 것이다.

문제가 된 아이팟 셔플의 인증칩?

이 조그마한 칩 하나로 세상을 놀라게 하겠습니다!


발견된 후 1주일간 이 칩은 새로운 DRM칩이다, 새로운 하드웨어 인증칩이다 하는 논란이 불었다. 특히, 국내에서는 때마침 환율적용을 한 새로운 가격 때문에 애플은 그야말로 공격의 대상이었다.

오늘자로 친절한 미국의 동지들이 밝혀주신 바로는 이것은 인증칩도, DRM 칩도 아니다고 한다. 8A83E3혹은 그 비슷한 숫자와 알파벳 조합으로 보이는 이 칩은 1밀리미터토 채 하지 않아서 최초 분해 샷에서 발견되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사실, 이 이어폰이 산사(Sansa)나 필립스의 것이었으면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을 것이다. 애플이기 때문에 샅샅히 뒤져봤을 것이다.

결론은 이 칩은 Made for iPod 파트너쉽의 일환으로, 서드파티용 칩이라고 한다. 이 칩은 별다른 보안장치가 없기 때문에 복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이 칩의 탑재냐 미탑재는 "Made for iPod"이란 마크가 있냐 없냐 차이밖에 없다고 한다. (자세한 정보는 추후 알려질 듯 하다)

만일에 정말 이 칩에 악랄한 기능이 있었다면, 청자의 유전정보를 채취해 지니어스에 통보한다던가 귓밥의 진동이나 땀샘의 DNA를 수집한다거나 하는 기능이 있었다면 전세계적인 불매운동에 앞장서야 겠지만, 단지 셔플에서 본체 하나 빼고 절반에 해당하는(가격도 그 정도 할 것이다.) 헤드폰을 다른 걸 쓰는데 있어서 하드웨어 업체로서 최소한의 보증체제를 구축한 거라고 밖에 안 보인다. 만일에 이베이표 리모콘을 잘못 쓰다가 본체에 문제가 생겨서 A/S를 온 고객을 대할 때 최소한 애플이 '이것이 자사가 인증하지 않은 악세사리로 인한 잘못'임은 아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이 칩은 애플에서만 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기능을 활용한 서드파티로서는 이 칩을 구매하면서 자연스럽게 "Made for iPod"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애플의 앱 스토어와 악세사리까지 손을 뻗은 브랜딩을 살펴보면 흥미롭기 그지없다.

나는 아마도 이번 아이팟을 사지 않을 것 같다. 일단, 한국에서 싼 가격에 튼튼한 마감과 훌륭하고 깔끔한 A/S정책을 보여준 아이팟 셔플에서 가장 중요한 '가격'이 올라버렸기 때문이다. 아마 다음 모델부터 좀 안정된 가격대의 컬러풀한 셔플이 나올것이다. 그리고 그 때되면 많은 업체들이 대체형 이어버드+리모콘을 생산할 것이다. 아마 AKG제품들 같이 케이블에 볼륨단자를 넣은 이어폰들에는 리모트가 달려서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애플은 어쩌면 이렇게 안티들 때문에도 더 장사를 하는 지 모르겠다. 이 조그마한 칩 하나 때문에 일주일간 인터넷에서는 이 칩을 뒷조사하는 사람들로 넘쳐났었다. 이 칩 하나가 애플의 폐쇄적 정책을 상징한다고 한다면 그야말로 과민반응이라고 하고 싶다. 아이팟이 없었다면 국내 대부분의 MP3 플레이어들은 기능하나 추가할 때마다 몇 만원씩 되는 모델을 계속 내고, 기기로 파일은 넣을 수 있어도 절대로 뺄 수 없는 펌웨어 사용을 고수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 애플의 최근 행보 (Display Port 독자채용, 아이팟 셔플 미스테리 칩셋 사건 등)로 인해 과거의 소니를 닮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아시다시피 소니는 모든 분야에서 1위를 접은 채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소니가 망한 이유는 다른 게 없다. 획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지닌 내부의 문제와 국제적 문제를 일본의 조그마한 사무실에서 다 처리하려고 한 마인드의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소니가 간과한 것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기 때문이다. 예전 소니에 외국인 경영자가 들어가서 제일 처음 하려고 한 작업은 iTunes에서 네트워크 워크맨을 지원하도록 하려던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부적 반대로 기기에서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AAC포맷(non-DRM)을 지원하기로 한다. 소니에서는 iTunes 발톱만한 소프트웨어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 소니는 대명사였던 워크맨은 소니의 앞길을 막고 있던 소닉스테이지/커넥트 소프트웨어의 비중을 낮추면서 그나마 좀 팔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MD라는 가장 폐쇄적인 규격을 널리 퍼뜨리면서 CDP의 코덱을 조정해(음질 다운그레이드) MD판매를 장려한 과거가 있기도 하다. iPod은 AAC라는 표준(MPEG-4 표준은 애플의 퀵타임이 제시한 안이 표준이 되었다)과 MP3를 다 지원했다. FairPlay DRM은 비록 자사 하드웨어 한정이었지만, 그렇다고 기기에서 다른 포맷을 금지시키진 않았다. 반면 Sony는 ATRAC Only의 정책을 편 적이 있다. 모든 파일을 ATRAC으로 트랜스코딩하여 전송하도록 한 것이다. 혹자는 MD시절의 ATRAC의 음질이 좋아하고 하지만, ATRAC은 저전력/고압축에 최적화된 방식이어, 주파수 대역을 심하게 잘라먹은 원리를 쓴다고 알려져 있다.(그나마도 한 동안은 네트워크 전송에는 낮은 비트레이트만 전송하도록 규제한 적도 있다)

* 애플의 파워북은 소니의 VAIO를 겨냥해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빼어난 디자인에 강력한 성능의 랩탑을 만들고자 한 애플의 노력의 산물이다. 그리고 지금은 오히려 VAIO가 의식을 하고 있다. 그리고 애플은 Mac OS X이라는 강력한 운영체제를 갖고 있다. 하드웨어를 신경쓰면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도 같이 챙기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지 사실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최근에 여기 저기서 불거지는 애플에 대한 비난은 비싸서 못 사는 열등감에 비롯한 것이 아님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