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시급한 문제는 애플에서 한국에 아이폰을 발매하느냐 하는 것과,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율을 너무나도 발빠르게 적용하는 문제, 그리고 애플에서 넷북을 내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까지 겹쳐 있는 불안한 시국에... 이렇다할 루머도 없이
떡하니 말하는 셔플을 내놓았다.
이로서 애초에 아이팟 셔플은 개념 자체가 다른 제품이라는 것이 또 한번 입증되는 순간이다.
누군가는 처음에 이것을 굉장한 조크라고 했었고, 코웃음을 쳤다. 화면도 안 보이는 MP3 치곤 가격이 비싼 거 아니냐고. 그리고 그 업체는 50만원에 육박하는 1GB메모리 제품을 프리미엄급으로 냈다가 서서히 1위 자리에서 물러나고 만다.
화면이 보이지 않는 것과, 볼 필요가 없는 것은 다른 것이다.
내가 못 하는 것과 내가 하지 않는 것이 다른 것처럼.
이번에 낸 VoiceOver라는 개념은 몇 년전에 애플에서 특허를 낸 기술이기도 하다. ID3태그 정보를 iTunes상에서 음성으로 변환해 기기에 함께 전송한다는 아이디어는 만일 제로에서 시작했다면 과연 이번 기기와 같이 "Suprise!"한 효과를 줄 수 있었을까.
게다가 아이폰이란 최첨단 기기에 쏠린 관심이 과한 가운데, 셔플에 관한 루머가 일절 없었던 만큼 그 놀라움은 더한 듯 하다.
이제 버튼은 리모트로 옮겨갔고, 아티스트와 노래 제목은 귓가에서 쿨하게 속삭여 줄 것이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플레이리스트 기능까지 탑재했다. 그리고 이 기기를 위해 붙여진 캐치 프레이즈는 너무나도 귀엽게도 "Small talk"이다. 쿨하고 심플한, 영어로 나누는 일상적인 찰나의 대화를 뜻하는 스몰톡이란 말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뜻하기도 하고, 노래 제목에도 많이 쓰이는 말이다. 아주 아이팟 스러운 말인 듯 하다.
온 세상이 터치 인터페이스에 기대를 걸고 있는 이 때, 그 터치가 무용지물인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아마 내일부터 환율때문에 가격을 올린 애플에 대한 맹비난에 이 제품에 대한 비아냥도 섞여 있을 것이다. 혁신은 또 다시 이렇게 시작된 듯 하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아이폰과 NDSL이 나오지 않는가 하는 자극적인 헤드라인도 예상이 된다. 어쩌면 나올 필요가 없어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것은 그럴듯한 타이틀의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하에서는 절대 나오기 힘들 것이다. 앞을 보지 않고 온전히 귀로 듣는 음악에는 대형 디스플레이 하나쯤 빼도 관계 없다는 과감한 결단이 없는 한 더더욱 그럴 것이다.
이상하게 어젯밤에 셔플 1GB로 하나 싸게 지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더군요. 그렇습니다. 가격이 오를 신호였나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