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에겐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서울에는 약 세군데가 성업중인... 나는 재수할 때 삼수생 형을 따라서 처음 가보았는데, 너무 빨리 정신 없이 다녀서인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단지, 아주 거대한, 한 번 뿌리면 머리부터 발끝가지 젖어버릴 것 같은 페브리즈 스프레이가 있었던 것 같다.

상봉터미널에서 10분간을 헤매다가 입구에 들어섰다. 문닫기 전까진 20분이 남았던 시간이라 포기하고 들어갔다. 삼성제휴카드를 내밀고 사진을 찍었다. 나는 너무 늦어서 다음에 다시 오려고 했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 어서 빨리 쇼핑하세요

 하며 웃으며 맞이해 주는 게 아닌가.

스너글과 다우니 같은 7리터들이 섬유유연제 향이 알싸하게 퍼지는 매장 안에는 예상했던 대로 자본주의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단지, 폐점 직전이라 끝을 모르고 내려가는 미국의 경제상황처럼 암울한 기운도 감돌고 있었다. 곳곳에서는 폐점을 준비하려고 쇼핑마감을 독촉하는 이들의 감시가 삼엄해서 조심스럽게 매장 사이를 지나다녔다.

날씬해지세요!라고 적힌 거대한 시리얼과 2.3리터 들이 덴마크 저지방 우유를 집어 들었다. 이 정도만 들어도 왠만한 이마트 장 보는 거 2배는 될 법한 규모다. 푸른색 코스트코 장바구니를 같이 샀다. 피자는 영업시간이 끝나서 사질 못했다.

미국이란 나라는 쓸데없는 우월감과 정치적인 유치함 때문에 그리 정이 가진 않지만, 저렇게 거대한 상품을 소박하게(?) 쌓아두는 이미지가 사실 좀 귀엽다. 도대체 어떤 대가족이길래 6리터짜리 다우니 섬유유연제를 소비할까. 지구 저편의 공장에선 덩치가 풍만한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연일 랩과 같은 농담을 해대며 커클랜드 시그니쳐 상품을 포장하고 있었으리라.(메이드 인 차이나였던가?) 황량하고 널찌한 실내를 돌아다니면서 일년에 35,000원으로 미국에서 느꼈던 슈퍼스토어의 압도감 같은 걸 느낄 수 있다니, 그다지 나쁜 딜 같지는 않았다. 미국의 대형마트에서는 다른 어떤 곳에서도 느끼지 못한 위압적인 규모감을 넘어, 조용히 상품들이 잠을 자고 있는 숭고함마저 느껴진다.

어쩌면 내가 목격하는 이 아이러니컬한 물질의 풍요가 20세기를 상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날짜로는 21세기가 되었지만, 아직 세상의 패러다임이란 건 20세기에 머물러있다. 이렇게 당장 사용할 수도 없을 것 같은 상품들이 거대하게 들어서 있는 코스트코 홀세일은 20세기의 상징이다.

폐점을 종용하는 직원에게 겨우 부탁하다시피 저지방 우유 4.6리터를 들고 나올 수 있었다. 코스트코를 나오자 바로 옆의 이마트는 아직도 노란 간판을 밝히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얼마 간은 아파트와 모텔과 중앙선 망우역과 아파트만이 반복될 것이다. 황량하고 거대한 공간 사이로 서 있는 코스트코가 불을 끄고 있었다. 이따금 머릿속이 복잡해지면 여길 올 것 같다. 적어도 이 곳 안에서는 모든 게 풍요로울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 한국에는 안 파는 이를테면 빅(Bic)의 round stic Grip 의 fine 사이즈가 파는 지 가 봐야겠다. 우리 나라에서는 med사이즈만 판다. 얼마 안 하는 볼펜인데 괜시리 찾고 싶은 느낌이 든다.
* 일년에 35,000원의 멤버십 비용은 코스트코의 주 수입원이라고 한다. 이 곳은 물건값보다는 회원비가 수익모델이라고 한다. 사실 미제물건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한텐 그리 비싼 건 아닌 듯 하다.
* 비즈니스 회원은 30,000원이다. 만일에 가게나 기업체를 한다면 가입을 고려해 볼만 하다. 속썩이는 거래처 재고 공급관리가 짜증난다면 코스트코에서 물건 구입은 사실 효율적일 수 있다.
* 삼성제휴카드 "국내전용" 발급 후 회원비를 자동이체하게 되면 후년부터 연회비가 면제라고 한다. 5천원 가량의 연회비 면제 혜택인데, 삼성카드를 없애려다가 이렇게 돌리게 되었다.
* 코스트코는 자체 품질보증이 추가적으로 이루어진다. 전자제품 같은 경우 말썽을 일으키면 코스트코에서 자체적으로 6개월까지 보증을 해 준다고 한다.
*미국에는 391개의 코스트코 매장이 있다고 한다. 이 중 1/4에 해당하는 무려 111개의 매장이 캘리포니아 주에 몰려있다. 역시나 금광이 있던 자리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