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유혹

POP*OUT 2009/01/18 15:06
저녁에 하는 일일드라마라는 위치에서, 아침드라마보다 더한 막장드라마라는 타이틀을 당당하게 획득한 아내의 유혹은 한국형 드라마의 표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드라마는 왠만한 스릴러물 한 편을 만들 만큼의 복잡한 배경과 요소를 한 데 섞어두었다. 한 에피소드당 30분남짓한 일일드라마의 특성상 진행도 빠르고 압축적이다. 특히, 복잡한 요소도 끌지 않고 빠르게 전달한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순수히 캐릭터들의 개인기로만 극을 채우는 미덕까지 발휘한다.

여기 저기 숭숭 구멍 뚫린 듯한 허술한 플롯이 아쉬워도 격한 액션과 수위를 넘나드는 '욕설에 가까운 폭언'을 보는 재미에 보잘것 없는 제작 환경에서도 혼신의 힘을 다하는 배우들의 노력이 값진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와 관련해 가장 보고 싶은 게 있다면, 디워를 비판한 진중권의 논조로 이 드라마를 비평하는 글일 것이다. 그러니까 이를테면...

이 드라마에는 친자매같은 친구에게 안방마님을 빼앗기고 죽음을 맞이하고 다시 살아 돌아온 민사장님네 딸래미가 전남편을 다시금 유혹하는 해석의 여지가 많은 코드가 등장한다. 게다가, 다른 캐릭터들 모두들 저마다의 복수를 준비한다. 이 드라마는 더블, 즉 같은 사람의 이미지가 서로 충돌하는 도플갱어, 비슷한 것이 반복되는 낯설면서도 두려운 감정의 언캐니(Uncanny)같은 요소로 설명할 법한 이야기의 요소를 두루 갖추었으면서도 이들 사이의 유기적 연결에 관한 노력을 하나도 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 뭐 사실 그런 정교한 장치에 관한 고민 없이 이야기를 도출해냈기 때문이겠지만 말이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흉내내기 쉬운 캐릭터는, 민소희(a.k.a 은재)와 신애리일 것이고, 그 다음으로 쉬워 보이지만 막상 제대로 따라하기가 어려운 캐릭터로는 정교빈이 있다. 가장 따라하기 어려운 캐릭터는, 다른 바보 캐릭터를 전혀 참고하지 않고 배짱도 좋게 혼자 모든 걸 만들어 낸 하늘이 캐릭터일 것이다. 그리고 민건우 캐릭터와 민뷰티 사장 성대모사는 괜히 시도했다가 사람들이 뭔지도 모를 것이기 때문에 섣불리 시도하지 않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