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a submission for the AotW-R competition.
Advertising Agency: Publicis, Mumbai, India
Art Director / Illustrator: Siddesh Telang
Copywriter: Anupam Basu
RSS로 구독을 받고 있는 세계의 광고(Ads of the World)라는 웹사이트에서 열리는 컴피티션 안내 광고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우스개 소리처럼 펩시의 로고와 태극기의 관계에 대해 묻는다. 이 광고의 카피는 "어떤 브랜드이든, 그것이 어느 나라에서 왔건 간에, 연구하라"(Study any brand from any country)라는 것이다. 인터넷이란 공간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폭넓게 열린 가능성에 대한 광고를 하는 것 같다. (이것 말고도, 다른 두 개의 시리즈 광고가 있다.)
가끔 우리 나라가 직면한 창조력의 고갈을 떠올리면 항상 이 태극기가 떠오른다. 태극기는 어렵게 지켜낸 국가적 자존심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리고 우리는 "자랑스러운 태극기"앞에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며 자라왔다. 내가 대학 수시모집에 들어갔을 때 굉장히 독특한 문제가 논술에 나왔고, 일간 신문에서도 다룬 적이 있었다.
태극기를 그리고, 한국과 세계의 관계에 대해 서술하라.당시, 해외 체류 경험이 있던 학생들이 많던 시험장은 일대 침묵이 흐르기도 했다. 나는 아주 초조해하며, 매일 보던 이미지의 태극기의 정확한 문양을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모나미 153 볼펜으로 시험지에 그리고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태극기 중앙의 물결치는 음과 양의 모습은 서로 순환하고 섞이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며, 4괘는 그를 둘러싼 세계를 의미한다, 라고 배웠다. 나는 한국과 세계의 관계가 저렇게 융합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보고 그에 대한 글을 쓰면서 제일 쉬운 소재인 "장자와 나비"일화를 인용해서 서술했다.
한국에서 가장 결핍된 것은, 저렇게 융합하고 순환하는 것에 대한 이해일 것이다. 어느덧, 서양식 기술발전에 목마른 나머지, 동양의 미덕이라는 정신세계를 버려버린 것이다. 기껏해야 동양적이고 한국적인 가치가 소고춤을 추고 부채춤을 추고 상모를 돌리는 식의 이미지로만 표현될 뿐이다. 한국에는 한국인만의 '철학'이라는 것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가 되었으니까.
결국, 저렇게 태극기가 신성시되는 동안, 태극기라는 주제의 논술문제에 쓸 말이 없어져버린 사람들만 계속해서 늘어갈 것이다. 우리가 숭배하고 경건히 할 대상에 대한 과도한 신비주의로 정작 알아야 할 것을 모르는 일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것 같다. 결국, "자랑스러운 태극기"라는 것은 우리를 억누르고 짓누르는 유령과도 같은 권위의식을 상징하는 지도 모른다.
가끔, 전통은 더러워진 태극기는 '세탁해서도 안되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소각해야 한다'고 무서운 삽화를 곁들여 가르치던 아주 어린 시절의 교과서안의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신이란 다 빠져버린 세탁도 못하고 공개적으로 훼손하지 못함을 협박하는 그런 금지조항 같은 것 말이다. 즐겁고 자랑스러운 것일랑 다 빠져버린, 후세에 남아 그 의미 전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유물같은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