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티크 - 서양골동양과자점

POP*OUT | 2008/11/14 02:03 | Gichurl
동명의 일본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원작만화는 6년전인가 재미있게 읽었었다. 순정만화 그림체로 그려진 원작에서는 주인공들 사이의 동성애적 코드는 아주 담담하게 그려져 있었고, 케익가게와 주인공에 얽힌 미스테리가 오밀조밀 들어가 있었다. 

한국에서 제작된 영화에서는 '마성의 게이'라는 캐릭터를 강조해서 설정한다. 영화의 개봉 소식을 듣고 예상한 것이지만, 이 영화는 다른 퀴어영화들과는 다른, 커피 프린스를 재미있게 본 관객들의 '야오이 물'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조그마한 케익 가게를 중심으로 저마다 결핍의 사연을 지닌 4명의 남자들이 모이게 되고, 한 명의 '벅찬'게이 파티셰를 중심으로 좌충우돌식 에피소드를 이어 나가다가 이 영화를 궤뚫는 미스테리라는 카드를 꺼내든다. 결국 이 미스테리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어떤 트라우마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더욱 더 중요하게 다뤄지게 된다. 

이 영화는 기대했던 것보다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과감하게 편집하고 진행하는 방식이나, 원작을 화면에 옮기기 위해 선택한 이야기의 요소들도 잘 짜여져 있다. 중간 중간 뮤지컬적 요소를 지루할 법한 옛날 이야기에 적절히 활용하였다. 진행속도도 더디지 않게 자를 때는 과감히 잘라내었다.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도 화면으로 잘 옮겨내었다.

물론, 이 영화는 게이가 등장하기 때문에 퀴어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 이태원에서 유명한 게이클럽인 리볼(reBall)도 로케이션 장소로 선택하는 고증을 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게이코드를 철저히 야오이적 시각으로 표현한다. 여성적인 요소를 지닌 남성 캐릭터가 마성의 게이가 되어 추앙받는 다는 설정이나, 주인공이 시시각각 입고 나오는 그야말로 갖춰입은 '여성복'을 통해서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로맨스에서 여성의 자리는 없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단맛이라는 미각을 활용해서 여성이 배제된 섹스를 보인다. 여기서 케익은 여성들이 가지지 못하는 게이 남성과의 섹스를 은유하는 장치로 등장하고 실제로 영화 내내 남성들 사이의 부딪힘과 동성애적인 묘사만 등장하기 때문이다. 여성이 주 관객층으로 될 걸 계산한 것의 결과일 것일 테지만, 게이캐릭터에 대한 클리셰(Cliche)만 고스란히 표현하는 한계도 지니고 있다.

영화의 완성도는 우려한 것보다 꽤 높은 편이었다. 원작에 대한 고증도 열심히 한 듯 하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균형도 잘 맞춘 편이다. 배우들 각각의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 좋은 편이었다. 단지, 이 영화는 게이 코드를 이용만 할 뿐이지 그것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것은 호모섹슈얼리티가 잠재적인 금기가 된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에서는 다행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하나도 도움이 안되는 영화가 가지는 애매한 위치를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뭐, 어쩔 수 없다. 케익은 어디까지나 케익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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