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명은 연애를 생각하고, 조난실은 애국을 생각하며, 둘 사이는 갈팡지팡하기 시작한다. 미스테리한 여인이 삶에 끼어들면서 균열이 생기는 시점에서부터 안타깝게도 영화는 주인공들이 그러하듯이 연애와 애국 사이에서 갈팡지팡하게 된다. 이는 나중에 테러박이라는 중요한 인물을 둘러싼 긴장감을 고조 시키면서 조금 진정이 되는데, 이 사이의 공백은 단순한 스토리상의 실수 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캐릭터 분석에서도 빈틈이 보이고, 그나마 화려하고 근사하게 재현한 배경의 CG마저 그 빛을 잃게 된다.
스포일러라고 할 수 있는 글입니다..
비록 영화는 이 둘의 딜레마에 휘둘려 이야기할 바를 찾지 못하고 혼란에 빠지긴 했지만, 의외로 간단하고 솔직한 결론을 내린다. 당시의 재즈음악의 리듬보다 더 빠르게 뛰던 청춘의 심장에 있는 의중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단지, 시대의 부름과 개인의 선택 사이의 저울질이 원만하지 못하던 때여서 이기도 할 것이다.
이 영화는 비극적인 결말 외에도 군더더기가 될 수 있는 위험이 다분한 회상씬을 덧붙이고 있다. 그들의 열정적인 사랑과 젊음과 슬픈 역사를 연결하기에는 때늦은 변명같은 회상씬이 나름 의미를 가지는 것은, 이 영화가 기본적으로는 남녀간의 연애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일깨워 주기 위함일지도 모르겠다. 비슷한 시대를 다룬 영화들도 많았고, 비슷한 위치에 처한 캐릭터를 다루는 영화도 많이 있다. 이런 거대한 소용돌이와도 같은 배경에서, 난실이 마지막으로 하는 말은 그래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 말은 너무나도 간단하고 상투적이지만, 난실 역할을 맡은 김혜수가 했던 대사이기에, 중간에 안타깝게 방향을 잡지 못했던 영화였기에, 이제는 절대 볼 수 없는 서울의 가장 아름다운 때를 다뤘던 영화이기에 그 빛을 발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포일러성 대사입니다...
묘하게 균형이 틀어져 있는 영화이다. 중간부분부터 갈등을 고조하는 부분까지의 스토리 전개에 그 누구도 이렇다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 이해명의 캐릭터는 너무 과하게 표현된 감이 없지 않지만, 미스테리를 구성하기 위한 장치정도로 이해하기로 했다. 조난실의 캐릭터는 김혜수의 연기가 단연 돋보인다. 김혜수가 아니면 절대 소화하지 못할 연기를 하기 위해서, 본인의 폭이 좁은 발성의 한계를 넘기 위해 힘겹게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이 영화에서 미스테리라고 쓰인 장치들이 사실은 그다지 정교하지 못하기 때문에 미리 눈치를 채더라도 큰 소리로 외치지는 말기 바란다. 아무래도 수수께끼와 반전만큼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조금이라도 벤치마킹 했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