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현대에서 소설가가 되는 의미는 텔레비전이나 영화나 심지어는 레저 같은 다양한 여가수단과 경쟁해야 한다고 했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라는 책에서는 아주 단순하게 쌓아올린 문장으로 엮어낸 자신의 소설을 이야기하며 진정한 예술은 노예가 있던 고대 로마시대에서나 가능했다고 한밤중에 냉장고 앞에서 글을 쓰는 한심한 인간에게선 기대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다.
보통 책하면 등나무가 휘감아진 벤치 아래에 기대어 읽는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겠지만,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시대에는 그곳이 버스이든 전철 안 이든 친구를 기다리는 바(Bar)에서건 틈틈히 책을 읽어야 한다. 그리고 만일 책이 그런 상황에 불편하다면, MP3와 PMP에 그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이를테면 지난 주에 인터넷 서점에서 도착한 양장본 소설 대신에 미끈하게 빠진 메탈 바디의 아이팟을 챙겨서 외출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 클러빙을 하러 상수역으로 가는 6호선을 타는 동안 들을 음악은 아이팟 셔플에 담아서 가져갈 것이다. 만일 이런 것들을 대신할 만한 섹시한 책이 있다면 책의 입장은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언젠가 그런 생각을 했다. 영화나 음반이나 많은 것들은 모바일의 시대에 맞춰 나가기 위해 노력을 하는데, 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책은 작으면서도 알차게 노력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오디오CD가 맞이했던 종말처럼 구입하지 않는 소비자들에게 선의를 강요하고 있을까.
문고본 책 혹은 페이페백(Paperbakc)의 출현은 몇 번이고 시도가 있었지만 정착하는데는 사실 문제가 있었다. 고려원의 페이퍼백 시리즈가 출간 중에 출판사가 문을 닫았고, 그나마 청소년용 명작 문고들도 크기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러면 대부분의 책은 휴대하기가 썩 좋은 편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본이 튼튼해서 오래돗안 간직하기 좋은 것도 아니며 가격도 만원에 가까운 애매한 판형의 책들이 계속해서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식의 재활용 종이에 크기를 줄이고 한 권에 4백 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을 담은 페이퍼백도 좋고, 일본식의 아이팟 클래식 정도밖에 되지 않는 두께와 크기의 문고본도 좋다. 단지, 언제 어디서나 싼 가격에 청바지 뒷주머니에 구겨 넣고도 불편하지 않게 다닐 수 있는 그런 진리를 담은 책의 출현을 바랄 뿐이다. 만일, 정이현의 신작 소설이 핸드백에 쏙 들어가는 크기로 출간이 되어 주독자층인 여성독자들에게 디자인으로 어필한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새롭고 젊은 언어로 쓰인 시집이 아주 얇고 작게 나와서 클러빙을 가는 사람들의 청바지 뒷주머니에 들어간다면, 그들의 삶은 어떻게 될 수 있을까. 실제로 보그걸 같은 경우는 가격을 4천원으로 낮추고 판형을 줄인 핸디 포맷을 발매하기도 한다.
은행나무에서 나온 요시다 슈이치의 "퍼레이드"로 핸드인핸드 라이브러리를 접하게 되었다. 퍼레이드는 초기의 얇은 표지에서 양장판까지 나온 요시다 슈이치의 인기작으로 크기도 작아지고 들기 좋은 판형으로 나왔다. 핸드인핸드라이브러리 네이버 카페에 따르면 17개 출판사에서 협력하여 베스트셀러 위주로 내는 문고본이라고 한다. 문고본은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하고 이런 포맷 말고도 휴대용 포맷에 대한 다양한 시도들이 있다. 대형마트 독점으로 판매하는 형태의 페이퍼백도 있다.
책의 다음 형태는 아마존의 킨들(Kindle)같은 전자책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듣고 보게 되는 음악이나 영화와는 달리 책은 비선형의 매체이다. 순서대로 읽는 것이 원칙이지만, 언제 어떤 부분을 읽든지 마음대로인 랜덤 액세스가 가능한 매체이다. 이런 특성은 전자책으로 이행 이전에 좀 더 고민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가장 가까운 미래까지는 아마도, 책의 가장 큰 과제는 좀 더 예쁜 몸을 갖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아름답고 작아진 모습으로 새로운 독자들을 이끌어 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흔히, 책은 그 껍데기 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는 그 내용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다른 매체들이 압축 코덱을 개발하고 HD로 이행하듯이, 책도 좀 더 휴대가 편하고 읽기 좋은 모습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