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싱글이 실망스러운 것은 서태지의 음악이 나빠서가 아니다. 서태지 음악은 참으로
영리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흠잡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그래서, 표절이나 마케팅, 사운드가
약하다거나 장르가 모호하다는 평가가 주로 내려진다. 이번 싱글은 Maya로 시작되던 그
보라색 케이스의 솔로 컴백 앨범을 연상시킨다. 사실 그 앨범도 가사가 모호했고,
Sci-Fi적인 코드들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서태지가 했던 음악은 혼자서 마스터링까지 다 했던
록음악이었다. 그 앨범에서 가장 공격을 받은 부분은 약한 보컬과 전달이 불충분한
가사일 것이다. 사실 그것들이 반드시 충실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서태지의 음반에는
멍청한 실수가 없기 때문에, 이런 점이 공격의 대상이 된다.
이번 앨범은 듣기 좋은 멜로디에, 기발한 사운드들이 흠잡을 데 없이 오밀조밀
들어차 있다. 실증을 느끼거나 빈 여백을 느끼기 힘들 정도로 채워 놓았다.
이 싱글앨범으로 서태지 컴퍼니가 말하는 "내츄럴 파운드(Natural Pound)"라는 '장르'를 내세우긴 힘들
듯 하다. 자신의 스타일을 설명하는 단어나 스타일에 관한 용어이지, 그렇게 새로운
장르로 분류하기에는 좀 익숙한 음악들이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의 음악들은 상당히
듣기 좋다. 귀에 잘 들어오고, 균형도 잘 맞췄다. 여전히 보컬은 약하고
사운드는 너무 정제되어 있지만, 앞으로 나올 앨범들에서 풀어보일 것들을 들어봐야지 좀
더 알 수 있을 듯 하다.
하지만, 여전히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은 그 동안 티져 마케팅으로 했던 것들이 크게 음악으로
와닿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외계생명이나 외계문명 유입 같은 개념은 이미 솔로
1집에서 거창하게 깔아뒀던 그런 개념의 반복이며, 음악적인 특징도 서태지의 스타일이 되풀이
된다.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게 문제는 아니다. 서태지만의 스타일이 잘 살아
있으니까. 하지만, 이런 음악을 들고 올거였으면서 거창한 마케팅과 내츄럴 파운드 운운하는
그런 전략은 솔직히 식상한 느낌이 든다. 자신이 만들어낸 이미지를 재생산 하면서
생명을 연장하는 정도 밖에 안된다는 느낌이 계속 들기 때문이다.
서태지의 앨범은 항상 나올 때마다 안타까운 느낌이 들게 만든다. 아티스트로서 진지한 고민을 하긴 했는데, 항상 안전한 수준에서 완성을 해왔고, 자신의 음악으로 어떠한 씬을 형성해서 문화적 흐름을 만들어내질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주 폐쇄적인 이미지에 서태지 컴퍼니의 마케팅까지 가세해, 이제는 일종의 팬시상품같은 이미지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이 앨범은 그냥 어디까지나 서태지적인 상품에 불과한 듯 하다.
서태지 현상은 갈 수록, 서태지 한 명이 이슈를 만들어내고 음악을
팔고 잠시 사라지고 하는 식으로 되풀이되고 있다. 중요한 건 남은 사람들의
음악과의 연결점일 것이다. 왜 서태지는 다른 록스타나 팝스타들처럼, 어떤 흐름을 만들고
음악적인 사건들을 연결하지 못할까. 하다못해, 이번 앨범의 '자연음'을 이용한 새로운 형식의
테크노 음악을 했다고 하는 자랑은 하면서, 뮤지션으로서의 음악적 고민을 그냥 신비주의
마케팅으로만 써먹을까.
항상 서태지는 국내에서 자랑할만한 뮤지션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세계적 팝스타들이 어떤 흐름을 만들고 새로운 음악의 방향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것에
비하면 너무 소극적인 음악을 하는 것 같다. 뮤지션 개인의 선택에 불과한
것이지만, 서태지 컴퍼니가 마케팅에 쓰는 단어들은 지상 최고의 천재 뮤지션의 재림같은
분위기의 내용을 포함하면서, 서태지의 음악은 그냥 서태지라는 이미지에 갇힌 메이라같이 반복될
뿐이다. 이번 싱글은 서태지라는 스타일이 보존된 아주 안전한 느낌의 앨범이라서, 듣기에는
편하지만, 그 불편한 마음은 끝내 씻어버릴 수가 없다.
*이번 싱글의
MOAI의 두 버전은 헤드폰을 쓰고 관심있게 비교해보면서 듣기 좋은 곡이다. 한
곡은 록밴드 구성의 악기들에 리믹스 버전은 일렉트로니카 계열의 음악들에 사용하는 사운드를
썼다. 분/초 단위로 비교해봐도 좋고, 전체를 몇 번 번갈아 들어도 좋을
것이다. 얼핏 들으면 비슷한데, 다른 사운드를 쓴 아주 재미있는 곡이다. 사실,
이런 곡 구성만 봐도 이번 앨범은 들을만한 가치가 있는 듯 하다.
그렇다고 나머지를 뺴먹고 들으란 이야기도 아니며, 그리고 또 서태지라는 뮤지션은 비난받아야
마땅하니 절대 듣지말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냥 아쉬운 점이 많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