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동안 서태지의 팬이긴 했었다. 정확히 말하면, 굿바이 앨범을 내고 그룹'해체'가
아닌 그룹'은퇴'를 결정했을때 부터 이다. 그 전까지야 들을 음악이 뻔하게 정해져
있었다. 서태지에 대해 제대로 챙겨 들은 건 아마 굿바이 베스트와 시대유감
복원판이 나왔을 때 부터였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빨간색 솔로 앨범부터는 다시
듣지 않기 시작했다.
묘하게도, 서태지를 듣지 않기 시작한 때는 아마도 초고속
인터넷이 깔리기 시작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초고속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내게는 들어야
할 음악들이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이제 그 마지막을 보던 얼터너티브 록음악 부터,
한창 메인스트림으로 진출하던 힙합과 이제 그 눈부신 미래를 준비하던 테크노까지 수학의
정석처럼 기초를 다져야 할 음악이 많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음악은
사실 서태지 안에 있었다.
서태지는 우리 나라에 '가요'와 '팝'과 '나머지
이상한 것'이란 경계 사이에서 등장한 음악이다. 그리고, 최신 트렌드를 발빠르게 따라가는
여타 다른 광고나 패션이나 제품 디자인들처럼, 뒤늦게 외국의 시류에 따라간 결과물이란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 그런 뮤지션이었다. 그렇다고 서태지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아마
이전, 현재도 이후에도 서태지같은 뮤지션은 안 나타날 것이다. 서태지는 타고난 아이디어에
록이라는 혹은 랩이라는 젊은이들은 위한 음악적 중심이 없을 시기를 잘 이용한
결과물의 뮤지션이다.
서태지의 보라색 솔로 1집은 그런 면에서 서태지라는 이전 뮤지션과 그 이후의 활동의 연결점을 보여주는 앨범이다. 서태지라는 브랜드가 확고해 지고, 그 이후의 행보를 예고하는 다양한 '사운드'로 이루어진 이 앨범은 그 동안 서태지가 추구하던 '가상의 밴드 포메이션'을 띈 기묘한 록 앨범이었다.(프로툴스같은 소프트웨어로 하드디스크 안에서 존재하는 밴드인 '태지'를 상상해 보면.)
인터넷의 출현은 사람들의 음악적인 스펙트럼(이 말을
쓰기가 머슥하지만)을 상당히 넓혀놓았다. 때에 따라 북유럽의 음악이, 한 때는 시부야계
음악이 유행하긴 하겠지만, 선택의 폭은 넓어진 셈이다. 이런 시대에 서태지가 내
보이는 것들은 하나같이 한 발 늦은 수입품 같은 느낌이 느껴진다.
그 후의 서태지의 앨범들은 발매때마다 새로운 장르적 특성을 발빠르게 탑재해
왔지만, 그 중심의 세계관은 보라색 1집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연출이
강력하게 의심되던 UFO출현 동영상과 느닷없는 미스터리 서클을 연결하는 이미지의 이번 앨범의
타이틀은 '모아이'라고 한다. 이번 앨범을 두고 그 보라색 앨범과의 연결점은 극명해
진다.
서태지의 방식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질적인 이미지의 자아의 미스테리화는 클리셰(Cliche)처럼 느껴진다. 언제쯤 저 모태에서 깨어나서
플러그를 뽑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언제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