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기술은 어떻게 보면 예측하기가 쉽다. 좀 더 작은 크기의 기기에 되도록 많은 기능을 넣는 것이다. 그리고, 화려한 스펙과 함께 대중 앞에 선보인다. 소니(Sony)가 아마 이런 일을 즐겨했을 것이다. 거대한 전축을 손안의 워크맨에 넣었었다. 지금 휴대폰 시장은 어떨까? 휴대폰 안에 많은 화소의 카메라와 더 많은 용량의 메모리를 넣으면 된다. 스마트폰 개념에서는 윈도 모바일이라는 운영체제까지 들어가게 된다. 휴대폰 하나로 안 되는 게 없어 보이는 기능집약적인 시대이다. 삼성과 LG는 최첨단 휴대폰 벤더 닾게 앞다투어 신제품을 전세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유럽이나 미국시장에서 새로운 디자인과 최첨단 기능이 들어간 휴대폰으로 자주 보이는 모델들은 LG나 삼성이라는 뉴스 보도도 자주 접하게 된다.
올해는 휴대폰이 차세대 플랫폼으로서의 원년을 선언한 해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주도권은 놀랍게도 애플(Apple)이 쥐고 있다. 애플은 예측이 쉬운 최첨단 기술을 이용한 제품을 선보이되, 그 기술이 이용될 컨텐트에 더 주목을 했다. 애플의 아이팟은 외계에서 온 제품같아 보이지만, 사실 기술적으로 어려울 것이 없다는 다른 기업들의 안도의 한숨이 있었다. 그리고 결과는 지금 MP3시장은 사실 아이팟이냐 아니냐로 갈릴 정도가 되었다. 다른 MP3가 휴대폰에 속속 그 기능을 통합해가는 동안, 애플의 휴대폰에 대한 상상의 날개는 아주 박력있게 펼쳐졌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추측은 상당히 고차원적인 디자인 들이었다. 접거나 말거나 허공에 인터페이스를 띄우거나 하는 다양한 상상의 나래들 속에 애플이 선보인 '아이폰'의 개념은 비교적 간단하다. 버튼을 없애고 전면 터치 인터페이스를 달았다.
물론, 노키아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회사는 이런 애플의 기술에 특별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좀 더 나은 터치기술에 더 고사양의 부품을 집적화 했다. 800만화소의 카메라가 달린 휴대폰이 700만화소의 카메라가 달린 휴대폰보다 신제품이지만 그다지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일까지 발생할 정도로.
애플은 휴대폰을 자주 내지 않는다. 그것도 어떻게 보면 한 템포씩 늦게 나오는 편이다. 애초에 애플이 주목한 것은 제품 자체의 판매보다는 아이폰을 통해 뭘 할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탓이다. 특히, 애플이 Mac OS X부터 선보이던 다양한 인터페이스의 개념이 아이폰에 옮겨졌고, 이를 적극 활용해서 새로운 개념의 소프트웨어를 선보이기 까지 한다. iPhone 2.0에서부터는 단순한 스펙을 올리기 위한 개념이 아닌, 아이폰을 통해 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실질적인 고민이 반영이 된 결과물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이미, WWDC를 통해 발표된 기능들은 개발자에서부터 최종소비자까지 아주 손쉽게 제작 배포되는 소프트웨어들이 소개되었으며, 하나같이 1세대 아이폰으로 형성된 애플의 휴대폰 문화를 적극 활용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하는 데 신경을 쓴 것들이었다.
애플의 아이폰이 뭐만 했다 하면 뉴스에 오르내리는 이유가 바로 그것일 것이다. 컴퓨터 시스템보다는 휴대폰이 훨씬 교체주기가 짧고, 한번 익숙해진 훌륭한 인터페이스가 있다면 사람들은 잘 바꾸질 않는다. 애플은 휴대폰에 기괴한 신기술을 집적시키는 노력 대신에, 휴대폰으로 할 수있는 일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설정하고 이에 맞는 제품을 만들었다. 터치인터페이스와 중력가속센서를 잘 튜닝한다면 당분간의 거의 모든 작업을 커버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애플의 이런 행보에 위기 의식을 느끼고 적극 대처하는 기업은 아마 노키아와 구글 정도밖에 없는 듯 하다. iPhone SDK처럼, 노키아도 심비안을 오픈 소스화 해서 플랫폼 전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고 한다. 구글은 이미 구글의 수 많은 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유혹해왔고, 높은 충성도를 기반으로 '안드로이드'라는 플랫폼을 이미 발표해 두고 있다. 구글은 그에 걸맞는 전용 휴대폰 자체도 디자인중이라는 루머도 나온다.
한국의 적극적인 휴대폰 소비 때문에, 성장한 LG와 삼성이 세계 시장에 고급 스펙의 프리미엄 폰들을 발매하는 것은 정말 자랑스러운 일일 것이다. 나도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와서 우리 나라 휴대폰들은 비싸서 못 쓸 정도이니까. 샌 프란시스코로 놀러갈 때, 보이는 인스팅트(Instinct)광고간판도 그렇고, 가끔 LG나 삼성의 새제품에 대해 물어보는 룸메이트의 질문도 기분 좋게 대답해준다. 하지만, 그런 화려한 명성은 아직도 워크맨의 개념정도 밖에 되지 않는 듯 하다. 워크맨은 휴대용 음악기기의 개념을 바꿔놓았다. 테잎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기능을 구현했던 워크맨을 결국 대체한 것은 애플이었다. 애플은 아이폰이란 기계를 선보이면서 동시에 온라인으로 음악을 구입해 듣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었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부품가격은 하락하고 새로운 기술이 선보이고 있다. 왠만한 정신으로는 따라잡기가 힘들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소프트웨어와 사용자 문화, 경험에 대한 중요성이 더 커지는 법이다. 1년에 한 번 신제품이 나오던 시장이 하루에 한 번 신제품이 나온다고 사람들이 매일 휴대폰을 바꾸진 않을 것이다. 결국은 휴대폰이란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또 하나의 통로에 불과할 것이다. 아마 신제품 발매의 주기가 짧아지면 짧아질 수록 한계에 다다른 디자인 변경과 별다른 특징없는 스펙의 변화 등에 무감각해지는 소비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가장 안타까운 사실은, 국내에서는 아직도 기술적 자존심을 내세우기 위해, 소니가 워크맨을 만들던 그 방식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리버가 디자인에 맞추기 위해 기능을 '구겨 넣었던' 그 때부터, 최근의 모 터치 인터페이스 채용의 휴대폰의 '2주 줄테니 만드시오'라는 에피소드들이 자랑처럼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그런 고가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고가의 휴대폰을 가지고 뭘 해야하는 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를 해 주고 있지 않다.
아무리 이런 이야기를 해도, 아이폰은 국내에 발매되기가 힘들 것이고, 한국 휴대폰들은 통신사의 이익을 위해 스펙이 조정된 채 할부 판매로 풀리게 될 것이다. 이슈를 만드는 일은 비교적 어렵지 않을 것이다. 약간의 디자인 변경, 모델명의 변경에 다양한 색상을 준비하고 통신사와 시기에 따른 출시량의 변화를 줄 것이다. 물론 모델들이 다양해 보이기 때문에 그 중 어느 하나는 화제를 모을 것이다.
가장 아쉬운 점은, 어떤 통신사중 하나가 아이폰이란 제품을 발매하기에 이를 것이다. 아이폰의 점유율이 하루 아침에 폭발적으로 올라가거나 하는 현상은 없을 것이다. 나도 줄서서까지 아이폰을 사고, 한국 발매가 안되서 우리 나라 나쁘다는 식의 응석을 부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이팟이 그랬듯이, 아이폰이냐 그냥 휴대폰이냐 하는 식의 시장형성이 될 가능성은 높고, 나도 아이폰으로 변화될 모바일 분야가 흥미로울 것이라는 기대만 갖고 있는 중이다. 다만, 아직 아무 회사도 이런 사테에 대해 걱정을 하고 근본부터 생각하는 태도를 가진 곳이 없다는 것이 아주 안타깝다. 직접적인 관련이 얼마나 있는 지는 모르지만, 국내에서는 USIM의 락해제 문제나 위피(WIPI)같은 문제까지 덩달아 도마에 오르지 않았던가. 그리고 이런 문제는 액티브엑스+윈도 같은 플랫폼 종속적인 인터넷 환경까지 맞물려 비난의 대상이 된다.
'전문가적 입장에서는 잘 모르고들 하시는 말씀입니다. 그건 말이죠'
라고 친절히 설명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이런 경직된 자세로 인해 변화하는 환경에 대처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예상을 조금씩 해 본다. 휴대폰으로 전화통화와 문자전송 이외에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진 것도 꽤 되었다. 그야말로 공짜폰으로 화상통화까지 하는 시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제는 더 빠른 네트워크에 더 경쟁력 있는 비용의 휴대통신 시대가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그 모든 컴퓨터 관련 기계들이 그랬듯이 휴대폰도 차세대 플랫폼으로서의 준비를 서서히 하고 있다. 누누히 강조하지만 최첨단 기술의 예측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사람들의 상상력은 대단하고, 나라나 문화간의 경계는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다. 이제 휴대폰을 캡슐에 싸서 몸 안에 넣고 뇌와 연결을 하거나, 뇌파를 이용한 신호를 중계해 주는 여러 기지국이 곳곳에 설치되거나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휴대폰으로서의 기술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화면을 두드리고 열리는 그 안의 세상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전 휴대폰들이 컴퓨터의 기능을 흉내내면서 그러한 기능을 휴대폰에 '구겨 넣으려'했다면, 이제는 휴대폰을 위한 기능을 새롭게 디자인하기 시작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최첨단 기술은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꺼내는 것으로 소개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