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화는 가수로서도, 영화배우로서도 아주 독특한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성형의혹(실제 하든 하지 않았든), 자질의혹, 결혼에 대한 의혹 등을 피해갈 수 없는 한국에서의 여성 엔터테이너로서 어떤 방법을 쓰는 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탄탄한 행보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여성 엔터테이너에 대해 밤의 창녀와 고귀한 성녀의 이미지를 함께 지니기를 요구하기로 유명한 나라이다. 엄정화는 그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을 탈 줄 아는 몇 안되는 엔터테이너이다. 그리고 그런 엄정화가 철저하게 벤치마킹 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마돈나와 카일리 미노그가 아닐까.
신해철의 "눈동자"로 데뷔한 엄정화는 주영훈, 박진영 같은 국내 거물급 프로듀서를 거쳤던 엄정화는 8집 Self-Control부터 롤러코스터, 정연준과 같은 뮤지션과 손을 잡으며 '일렉트로니카' 앨범을 발매한다. 그 당시 엄정화는 별다른 부차 설명을 하지 않고 '마돈나의 음악 같은 테크노 음악을 하고 싶었다'라는 이유를 댄다. 정말 심플하고 솔직하다. 가장 문제삼을 부분에 대해 인정을 해버리는 아주 영리하거나 속이기 싫어서 진실을 말해버리거나, 어쨌든 아주 쿨한 방법이다. 이 음반의 완성도(일렉트로니카 넘버와 대중성 있는 가요넘버를 혼재하는 방법을 썼던)를 떠나서, DJ 프랙탈과 함께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라이브를 한 장면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그 후 Come 2 Me에서는 선정적 가사에 파격적인 패션을 선보였고, 이 때는 이태원의 델 디스코라는 지금은 전설이 된 게이클럽에서 쇼케이스를 하면서, 마돈나나 카일리 미노그의 전략을 정교하게 따라갔다. 그리고 D.I.S.C.O라는 미니앨범으로 컴백을 하면서 그 전략이 아직 살아있고, 벤치마킹의 결과는 꽤나 훌륭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마돈나는 저스틴 팀버레이크라는 팝아이콘을 앨범에 영입했다.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배후에는 팀바랜드(Timbaland)라는 최첨단 힙합 사운드의 거물급 프로듀서가 있고, 팀바랜드가 프로듀스하고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참여한 곡의 가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4 Minutes는 그런 면에서, 거의 모든 여가수들이 팀바랜드 스타일의 힙합과 일렉트로니카의 모호한 경계를 노래할 때, 마돈나로서는 당연한 선택을 한 건지도 모른다.
엄정화의 앨범에는 YG엔터테인먼트가 참여하였다. 타이틀곡 D.I.S.C.O에는 빅뱅의 TOP이 참여하였다. 빅뱅은 YG사운드 혁신의 출발이었고, 팀바랜드 스타일의 힙합 시대에 가장 발빠르게 대처한 상징적인 팀이다. 그리고 그 팀의 TOP이라는 메인 멤버가 YG프로듀싱의 엄정화 새 앨범에 참여하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YG와 TOP으로 화제를 몬 엄정화가 선택한 D.I.S.C.O는 카일리 미노그 스타일의 하우스 음악이다. 마돈나의 전략에 카일리 미노그 스타일의 음악이라는 전략을 내세운 것이다. 마돈나와 카일리 미노그의 음악이 중요한 이유는 마돈나가 미국식 팀바랜드 힙합 사운드를 중심으로, 카일리 미노그가 다프트 펑크같은 유럽형 트렌드의 디스코 하우스를 중심으로 팝음악의 조류를 형성하고 있다. 그렇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 12트랙이 넘는 리믹스 넘버로 광고부터 전세계 클럽까지 휩쓰는 지금의 음악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두 여자가수, 마돈나와 카일리 미노그의 음악이 상당히 교과서 적이라는 것을 명심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이번 D.I.S.C.O는 마돈나식 마케팅에 카일리 미노그식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했다. 전자의 공격적인 스타일에 후자의 아름다우면서도 섹시한, 그러나 절대 순결함을 잃지 않는 도도한 자세를 벤치마킹한 엄정화는 그런 면에서 그 어떤 여배우나 여자 가수보다 한 수 위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D.I.S.C.O앨범에는 마돈나의 4 Minutes같은 전략으로 만든 팀바랜드 스타일의 힙합 곡에, 카일리 미노그의 "ow"를 비롯해 수 많은 다프트 펑크 스타일의 디스코/하우스 넘버들을 참고해 만든 D.I.S.C.O가 있다. 엄정화가 중요한 이유는, YG가 이끄는 힙합팬들에, 클럽가에서 울려펴질 리믹스 버전과, 그리고 엄정화라는 이름으로 보장되는 대중성을 한 번에 겨냥했다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썩 나쁘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든다. 아래에는 참고할 만한 자료를 첨부한다. 그리고 이 글을 쓴 목적은 절대 엄정화의 새 앨범으로 표절이니 따라하기니 하는 시비를 걸기 위한 것이 아님을 밝힌다. 전세계 음악시장이 엄청난 차이가 있고, 팝음악은 어디까지나 엔터테인먼트 이다. 그리고, 팀바랜드 스타일이나 카일리 미노그의 스타일을 대놓고 베낄 정도로 멍청할 엄정화 측이 아닌 것이 분명하고, 그것에 대한 오리지널을 논하는 행위 자체가 의미가 없는 시대라는 것도 알아둬야 할 것이다.
카일리 미노그의 Wow와 이번 앨범 표지들을 나란히 실어본다.
이 정도 사진을 표절이라고 비난하기엔...

많이 비슷하지 않지만 이런 것도 물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