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비디오물을 굉장히 좋아한다. 타이포그래피로 만드는 이런 영상물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내가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서 이기도 하지만, 문학전공자이기 때문이다. 글자가 춤추듯 흐르는 이런 표현은, 글자를 디자인의 요소로 보고 텍스트의 잠재적인 능력을 끌어내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글자는 우리가 언어 생활을 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데 이 요소를 가지고 시각적인 표현을 하는 데에는 그다지 노력을 많이 하지 않는 듯 하다. 특히, 영상 예술에서의 글자는 자막이나 타이틀 같은 데 부수적인 요소로만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동영상이나 애니메이션을 동원하지 않고 음향과 타이포만 가지고 디자인하는 영상에 대해 본격적인 관심을 가진 것은 "타이포그래피로 보는 펄프 픽션"을 보고 나서이다.
애플의 컴퓨터를 처음 사서 뜨는 화면들도 음악과 각국의 환영메시지를 타이포그래피로 선보이는 형태로 되어 있다.
그리고 아마 이런 영상을 좋아하는(나같은) 사람들이 정말 쿨하다고 칭찬을 마다하지 않을 다프트펑크의 재림이라고 칭송받는(다프트펑크의 에드 뱅어스 레코드 출신이라 당연한 마케팅 포인일 듯)프랑스 밴드 저스티스(Justice)의 D.V.N.O뮤직 비디오.
제일 인상적인 파트는 40초쯤 등장하는 후렴구의 영상인데,
D V N O참고로 DVNO는 전세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는 클럽이름인 엘 디비노(El Divino)의 Divino를 뜻한다고 한다.
Four capital letters
Printed in gold
'Cause details make the girls sweat even more
while they're shaking their belt
No need to ask my name
to figure out how cool I am
D V N O
네 개의 대문자
금색으로 인쇄되었지
왜냐하면 이런 디테일함은 여자들을 더 땀나게 만들거든
걔네들이 벨트를 흔들어댈 때 말야
내 이름을 물어볼 필요는 없어
내가 얼마나 쿨한지 알려고 말야
그리고 얼마 전에 5분안에 보는 웹2.0이라는 내용으로 인기를 끌었던 "The Machine is Us/ing Us" 비디오이다. 이 비디오는 하이퍼텍스트의 가능성을 다양한 텍스트 렌더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남쪽계단님 블로그에 누군가 댓글로 알린 한국뮤지션의 뮤직비디오도 이런 타이포그래피를 이용한 비디오이다.
영어 알파벳은 폰트나 글자의 배열, 렌더링하는 방법 단어 단위의 의미전달 등의 특징 때문에 타이포그래피를 이용한 비디오가 많은데 국내에서는 이런 영상이 많지 않다. Louviet이란 뮤지션의 비디오로 흑백의 색깔 채움여부를 이용한 글자 배열이 아주 인상적인 비디오이다. 특히 비트와 '두근두근'을 매칭 시키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큰단어 밑에 사전적 의미 "[대명사] ~하는"를 넣는 디자인은 좀 허전한 공간을 텍스트로 채우려는 것 같아서 아쉽지만, 전체적으로 굉장히 재미있는 작업이다.
이전 포스팅에서 헬베티카 다큐멘터리 영화관련 포스팅을 했었다. 우리나라는 한글이 우수한 글자라는, 우리는 민족적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는 매년 똑같은 훈계성 프로파간다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한글이 가진 언어적 특징, 미학적인 가치, 시각적인 특성들을 잘 관찰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하는 시도를 많이 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관련 레퍼런스의 양 때문에 알파벳으로 하는 디자인에 익숙한 국내 디자이너들도 많고, 실제로 어색한 영어문장으로 채워진 의미 없는 디자인 상품이나 영상물도 많다. 작가적인 정신으로 텍스트가 어떤 내용을 전달하는 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영어라는 언어가 힘을 가진 지금에는 단지 영어가 강대국의 언어라는 이유보다는, 모든 매체에서 폭넓게 다루어지는 재료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금속활자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진 나라이지만, 지금 한글문제로 전자출판이나 컴퓨터 화면 표시에서 적지 않은 문제를 가진 나라이기도 하다. 이런 아이러니는 한글이라는 필수적인 언어 요소를 '국어'라는 관점에서만 봐서 일 것이다. 한글을 사용하는 모든 분야에서 어떻게 하면 글자를 더 잘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공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글을 쓰는 작가들부터 자신들의 언어가 어떤 시각적인 모습으로 표현되는지, 그리고 한글을 출력하는 최종 작업자들도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모습으로 표현될 지를 고민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