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드 퍼레이드

시청앞 광장의 인파



샌 프란시스코의 중심가를 가로 지르는 마켓 스트리트 곳곳의 무지개색 깃발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이 도시는 미국에서 가장 LGBT(Lesbian, Gay, Bisexual and Transgender)커뮤니티의 활동이 개방적이고 활발한 곳이다. 이번 38번째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지난 5월 18일에 결정된 동성결혼 합법화를 기념하는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2번째로 주정부 단위에서 동성결혼을 합법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연방정부단위에서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샌 프란시스코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코스로 손 꼽히는 카스트로 디스트릭트에서는 LGBT영화제가 지난 주 부터 열리고 있다.
이번 퍼레이드는 토요일 밤 카스트로 지역을 막아서, 야외 댄스 행사가 열렸고, 시내 곳곳에서 기념이벤트가 펼쳐졌다. 일요일에는 샌 프란시스코 시내 곳곳에서 무대가 개설되고 마켓 스트리트를 따라 퍼레이드가 이어졌고, 오후부터는 시청 앞 광장에서 메인 이벤트가 열렸다.

샌 프란시스코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행사의 규모나 정치적인 이슈 면에서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애플이 게이친화적인 데 반해, 삼성은 아니다라는 기즈모도의 기사도 있었다. 게이마켓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소비가 활발하며, 게이마켓에서의 성공이 일반시장으로도 확대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연구가 되는 타켓층이다. 이번 프라이드 퍼레이드에서도 다양한 회사들이 '다양성'을 존중하는 이미지를 광고하며, 자랑스럽게 이번 행사를 스폰서 한다는 광고를 내기도 했다. 우리가 잘 아는 의류 브랜드 갭(Gap)이나 구글같은 회사의 이름도 올라와 있다. 이번에 퍼레이드에 참여한 영화 "맘마미아"의 경우, 대표적인 게이컬쳐 코드인 뮤지컬+아바를 영화로 만들어 열렬한 반응과 함께 엄청난 홍보 효과를 거두었다. 올해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낼 듯 하다.

맘마미아

곧 개봉할 영화 맘마미아의 홍보 차량. 아바는 대표적인 게이컬쳐코드이다.


리젠시 호텔 앞의 맘마 미아

리젠시 호텔을 지나는 맘마 미아차량


리바이스

리바이스 홍보차량


리바이스 처럼 붉은색의 로고를 컨셉으로, 고용조건에 있어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홍보 피켓을 들고 참여하기도 했다. LGBT커뮤니티에 대한 배려는 기업에 있어서는 차별적인 소구를 가능하게 할 지도 모른다. 적어도 성장세를 보이는 관련 산업과 트렌드를 본다면 말이다.

그리고 이번 퍼레이드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메인 무대의 행사 중 MC를 보던 출연진 중 한 사람이 캘리포니아 주의 동성결혼 합헌화와 흑인출신의 오바마후보를 예로 들며, 오랜 숙원인 결혼에 대한 동등한 권리를 취득함과 동시에 전쟁에 반대하는 흑인대통령의 당선으로 어쩌면 2009년에는 정말 '평화'라는 것을 기대할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했다. 후퇴하는 한국의 정치를 위해 거리로 나온 지금의 한국 상황에 대한 생각이 나지 않을 수가 없는 순간이었다. 

샌 프란시스코의 상황과 다른 미국의 도시들의 상황, 그리고 한국의 현재 상황은 어쩔 수 없이 다를 수 밖에 없다. 미국도 문제가 적잖이 있는 나라이지만, 그래도 이런 변화에 대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한국은 관료적이고 경직된 문화가 쌓이다 못해 폭발해 버린 상황이다. 이제 더 이상 뒤로 갈 수도 없을 정도에도 불구하고, 흐름을 무시하는 정치때문에 시민들이 거리로 나오게 되어 버린 것이다. 시종일관 웃고 춤추는 축제같은 분위기의 퍼레이드와,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건 시위행렬이 대비되자 착찹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다양성의 존중'은 앞으로 계속해서 교류는 활발해지고 차이는 더 해질 여러 집단간의 충돌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이다. 우리는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자란 어떤 사람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을 지 모른다. 이런 다양한 변수를 제대로 이해하는 정치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전쟁과 대립으로 인류는 많은 것을 잃었다. 앞으로는 이해를 바탕으로 세상을 봐야하는 단계가 왔다. 샌 프란시스코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그런 점에서,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우리가 인정하지 않는 어떤 단계를 자랑스럽게 내보이는 행사였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항상 외치는 '평화'라는 것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주는 행사였다. 한국의 광장에도 이런 설레이는 기대와 희망이 넘칠 때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