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의 인코딩이 바뀌면서 원래 UTF-8로 쓴 자료들이 EUC-KR로 저장되었다가 서버가 UTF-8로 바뀌면서 자료에 문제가 생겼다. 의도하지 않은 문자들로 가득찬 블로그를 몇일 보다가...
이런 문제에 봉착했다면 현명하게 백업본을 살펴보거나 어드미니스트레이터와의 긴밀한 협정아래 해결을 해야 하는 게 수순이겠지만, 그냥 5월달 백업본과 구글의 웹캐시를 이용한 복구 방법을 택했다.
물론, IT Geek같은 태도였다면, MySQL에 관한 매뉴얼과 관련 자료를 찾아 변환이나 복구에 관한 솔루션을 찾아야하겠지만, 이번에는 그냥 글을 쓴 사람 입장으로, 80정도 남은 자료에 웹캐시에 있는 자료를 Copy & Paste하기로 했다. 이 기회에 좀 더 읽어보자는 생각이 든지도 모른다.
이번에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 사실이지만, 구글은 너무나도 멋진 신세계였다.
내 글의 제목만 입력해도, 이 때까지 보유하고 있는 캐시를 모두 보여주니까, 그 와중에 옛날 기억도 나지 않는 게시판 글까지도 보여 주는 탁월함도 보여주었다.
블로그를 열 때의 생각은, 그 동안 나를 위해 쓴 글이 너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냥 워드프로세서에 쓰게 되면, 문단이나 폰트만 맞추다가 끝나 버리는 일이 많아서, 책임감이 드는 자유로운 글쓰기 환경을 도입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의 블로그는 뭔가 형식적인 글의 포맷을 빌려 쓴 일기 같은 정도이다. 솔직히 이런 나의 글에 불만이 없고, 하나 하나가 소중하다. 그 때 그 때 온라인에 올린 글들은 갑자기 떠오른 영감을 솔직하지만, 남들이 볼 수 있게 어느 정도 기획력을 갖춘 컨텐츠로 꾸며졌기 때문에 하드 디스크 어딘가에 산재해있는 언제 다시 열어볼 지도 모르는 글보다 나을 듯 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세상의 모든 정보가 디지털로 전환되어 어떤 서버에 저장이 된 사회를 생각하면서, 그렇다면 언젠가 정전이 되거나 서버의 하드디스크를 좀 먹는 무기 같은 게 출현한다면, 인류의 유산이 모두 사라질 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기계에 관한 디스토피아적 관점에서 이번 블로그의 데이터베이스가 날아가는 사태를 지켜보면서, 꼭 한 순간에 날아가는 법이란 없는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잘 데가 없다고? 그럼 우리집 소파에서라도 자든가, 아님 바닥에 침낭을 깔고 자고...'라는 식의 포스팅으로 전세계 어디든 친구집에서 잠깐 지내듯 숙박을 해결하는 카우치서핑(Couchsurfing.com)의 데이터베이스가 일순간에 날아간 적이 있었다. 그 동안 전 인류의 오픈소스 어코모데이션 정보가 사라져 버린 사건은, 이 자유로운 분위기의 웹사이트의 폐업을 보는 듯 했지만, 네티즌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각 미러 서버와 구글같은 검색 엔진 상의 캐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복구를 시도했고, 여기에 전세계에서 도움의 손길을 보내기도 했다. 지금은 project 2.0이라는 부제를 달고 활발히 서비스 중이다.
정보는 정말 다양한 형태로 저장되어 왔지만, 우리가 듣고 느끼고 하는 모든 활동이 반영된 기록물을 그의 일부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러한 기록물 중 우리가 접하는 것도 정말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지금 우리가 정보화 사회를 향해 나가는 이유는 아마도, 우리가 선조들에게서 받았다는 유산의 보존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서 그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한 노력일지도 모른다. 나는 내 블로그의 흔적을 찾기 위해 구글의 캐쉬를 이용했다. 내가 작성한 '기억'을 '기억'하고 있는 구글의 캐쉬는 내가 만든 흔적의 일부이다. 이는 서버의 교체와 다른 캐쉬를 위한 공간 정리 등의 과정에서 사라질 지도 모른다. 내가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딱지를 다시 찾듯 찾아낸 '기억의 기억'은 어쩌면 우리가 꿈꾸는 정보화 사회의 정보들도 그 완전한 보존을 기대하긴 힘들것이지만, 그 흔적은 어느새 추억처럼 발견될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위대한 인류의 업적의 이룩은 우리 자신의 몸 속에 '기억'으로 남아있고, 종이 계속되는 한 지속될 것이다.
*공지사항:
5월 4일자 이후의 방명록, 댓글, 트랙백이 삭제되었습니다. 저의 블로그에 관심을 보여주셨지만, 부득이한 부주의로 자료가 삭제되게 되어 정말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아마 자주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