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미술시간이었는데 과제 이름은 '제품 디자인'이었다.
그리고 나는 스케치북 가득히 그 당시 가장 필요한 기계를 그리고 그 옆에 대충 그 기능을 설명해 놓았다. 그리고, 선생님의 반응은 "실용 가능성이 없는 것"이라고 무시해 버렸다.
과연 그랬을까? (참고로 그 때는 98년이었다.)

웹 플레이어
웹 플레이어 프로토타입

웹 플레이어 프로토타입



그 당시 그린 건 이거 비슷한 것이었는데, 샤프와 자로 그려서 훨씬 정교했고, 나름대로 옆의 설명도 볼만했다.

지금 기억하는 이 제품의 당시 스펙은

무선 '통신'지원 - 삐삐 전파나 '어떤 무선 네트워크'의 상용화가 가능할 거라고 믿었다.
음악/게임/비디오 지원
음악포맷 : MP3, Real Audio(그 당시 용량 대 음질비가 최고인 코덱)
비디오포맷 : MOV, Real Media, AVI(DiVX같은 게 없던 때라, 40초짜리 뮤직 비디오로 어마어마한 용량인 8메가 바이트나 한 용량들이 주로 RM이나 Mov로 제공되었던 때이다.)
게임지원 : Gameboy 에뮬레이션 (게임 보이 게임들은 몇 킬로바이트 하지 않았고, 게임들도 단순한 인터페이스 위주라서 있으면 근사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이 제품의 외관은 당시 유행하던 휴대용 지상파 텔레비전(DMB가 아닌 아날로그 지상파 수신용으로 파나소닉 같은 제품이 유행할 때)을 흉내냈었다.
이 제품을 생각하개 된 이유는 당시 윈도95로 즐기던 여러 멀티미디어를 손 안에서 즐기게 된다면 너무 멋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손 안에서 음악도 듣고, 뮤직비디오도 보고 그리고 그 모든 컨텐츠를 무선으로 다운받는 다는 생각을 했었다. 결국 PSP가 나왔을 때는 그 크기와 여러 관리의 귀찮음 때문에 사지 않는 나이가 되어 버렸지만, iPod은 사용하는 나로서는 만약 내가 고등학교 때 PSP같은 기기가 나왔다면 내 전부를 걸고 샀을 거라 생각한다.

곧 2년이 지나 2008년이 되면 위의 기능을 구현하는 건 정말이지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PDA의 크기에 PC의 전문성에 PMP 저장공간과 비디오재생기능, 휴대용 MP3의 음질, 무선 통신 기능(향후 VoIP와 IPTV의 탑재 등)에 든든한 배터리 용량, 그리고 현실적인 가격대가 결합되고 풍부한 인프라가 덧붙여진다면 내가 1998년의 가을에 떠올린 저 제품은 현실화가 될 것이다. 물론, 지금의 기기들이 '컨버전스'라고 그 이름들은 달고 나오지만, 기능의 추가는 98년의 평범한 고등학생도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의 욕구란 무한하며,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아이디어는 무한히 샘솟고 있을 것이다. 98년도에 고등학생의 낙서라고 치부하려면, 컨버전스란 이름만 달고 저렇게 엉망으로 만들어 내지 말기를 바란다. PSP는 그러한 것의 프로토타입이고 iPod은 단지 워크맨의 진화 정도였다면 2008년 즈음에는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웹 플레이어'같은 컨버전스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그리고 MS는 Zune이라는 프로젝트를 준비한다고 한다. Zune은 iPod을 대적할 만한 기기로 MS에서 야심차게 기획중인데, 보통 MP3플레이어나 PMP커뮤니티와 XBOX게임기 커뮤니티들에서 동시에 그 논의가 활발한 걸로 봐서는 PSP에 음악과 미디어 기능을 강화한 차세대 '가젯'으로 출시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전세계 모든 하드웨어를 지원하고 ActiveX라는 컴포넌트 방식으로 웹과 어플리케이션을 통합해버렸던, 물론 지금은 그 위용이 약해지고 있지만, 그런 회사에서 어떤 시도를 해 버릴지 모를 일이다. 물론, 별로 걱정하거나 환호하지는 않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 게임 콘솔의 대명사였던 PlayStation이 미국의 모든 영화와 시트콤에서 XBOX로 대체하게 만든 회사의 결단력이라면 뭐든 가능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XBOX는 근사한 게임기이기 때문이며, PlayStation 3는 발매전부터 기대에 못 미치는 여러 루머 때문에 그 성공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애플은 물론 그에 대적할 만한 신형 iPod을 지원하겠지만, 한 때 명성을 날린, 통신사의 원음커팅벨 만큼이나 단순하게 돈 빼먹기식으로 부가 기능을 허술하게 추가해 온 우리 나라의 여러 휴대용 기기 업체들은 설계단계부터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전혀 새로운 컨셉트로 세상을 놀라게 하거나, MS나 애플 두 플랫폼에 적극적으로 기생할 수 있는 완벽한 호환성을 지니거나, 아니면 하루 빨리 오픈소스를 끌어 들여서 Mac과 윈도가 미치지 못하는 리눅스 같은 대안 컴퓨팅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하드웨어 환경 개발에 매진하든지 말이다.

내가 만약 지금 '웹 플레이어'에 대한 제품 디자인을 다시금 하게 된다면 분명히 아래의 상황을 추가할 것이다.

하드웨어 플랫폼의 일정 표준화 (타 업체들도 자유롭게 기능을 개발하되, 어느 정도의 부품 호환성이 보장)
펌웨어의 오픈 소스화 (중복된 기술에 대한 투자를 최소화하고, 파워 유저들의 참여로 발빠른 제품의 발전)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의 적극 지원 (기기를 구입하면, 송버드(Songbird)같은 뮤직 플레이어가 딸려 나오는 식으로 오픈 소스 진영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이용층을 확대 시켜야 할 것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한 회사가 하나의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딴 회사가 비슷한 소프트웨어를 또 다르게 만들고 하면 답이 안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