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커피는 과연 나쁜 커피일까?
스타벅스 커피의 가격에 대한 논쟁은 스타벅스 커피의 도덕성에 대한 심판처럼 보인다. 고도화된소비사회에서 우리가 구입하는 건 제품의 퀄리티라기 보다는 브랜드 이미지이다. 브랜드의 이미지 때문에 우리는 그 제품의 구성에 비한 가격의 정당성에 의심을 품지 않는다.
스타벅스는 미국에 이탈리아식 커피 문화를 통해 정통커피에 대한 의식을 불러 일으켰고, 전세계적인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스타벅스 커피는 커피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보다는 세계적인 프랜차이즈의 자연적인 전파 쯤으로 인식해야 한다. 음, 이 나라의 국민소득은 얼마 얼마에 미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있으니 스타벅스가 진출할 때가 되었군...
이번에 스타벅스가 도마에 오른 가격의 커피는 프라푸치노인데, 이 커피는 에스프레소와 각종 카라멜 시럽과 크림 등 여러 종류의 마실 수 있는 재료가 혼합되어, 칼로리는 비슷한 가격대의 버거킹의 버거세트보다 훨씬 높고, 가격도 왠만한 밥값이다.
솔직히 언론과 네티즌들이 욕하고 싶은 건, 커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섹스 앤 시티나 프렌즈에 나오는 뉴요커에 대한 동경으로 스타벅스에 드나드는 젊은 여성들일 것이다. 스타벅스에서 내가 제일 즐겨 마시는 메뉴는 에스프레소 도피오이다. 순수 에스프레소를 더블로 내려주는 이 메뉴는 왠만한 커피점에서는 이런 메뉴가 있는 지도 모른다. 가격은 3,000원. 이쯤되면 과연 스타벅스가 비싸다고 할 수 있을까?
에스프레소로 유명한 일리(Illy's)의 커피를 취급하는 하겐다즈 같은 곳도 커피가 좀 더 비싸고, 요즘 맥도널드도 라바짜 원두를 쓰면서 가격을 올렸다. 그리고 커피빈앤티립이나 파스쿠치같은 곳도 스타벅스보다 비싸다. 파스쿠치의 전신쯤 되는 세가프레도는 스타벅스보다 양도 적고 커피값도 비쌌다. 정작 이탈리아 같은데서는 그냥 가게의 커피바쪽에 조그맣게 로고를 붙이는 시스템인데, 국내에서는 매장까지 만들어서 판매를 했었다.
물론 스타벅스도 거대 기업이니까, 노동력이나 서비스, 품질에 비해 폭리를 취할 수도 있다. 그리고 매장에서는 쌉싸름한 로스팅 빈의 향과 '커피 이야기'같은 감성적인 리플렛의 낭만으로 그 횡포를 감추고 있을지도...
예전에 대학생 때 친구와 스타벅스에서 줄을 서 있다가 혼잣말로 '그래도 아직까진 밥값내고 커피 마시니 쫌 그렇지 않니?'하는 말을 내뱉었는데, 앞의 여대생이 갑자기 휙 돌아보는 게 아닌가? 친구와 그냥 대충 우물쭈물하다가 몸을 피한 곳이 세가프레도였다. 물론 커피값은 세가프레도 쪽이 천원인가 더 비쌌지만... 졸지에 커피값과 밥값을 구별 못하는 쪼잖한 사람이 되어 버린 것... 그럼 내가 대기업의 횡포를 피해 또 다른 대기업의 횡포에 직면한 것인지, 아니면 안티스타벅스가 된 계기가 되어 매일 페인트 달걀을 스타벅스에 투척할 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 너도 나도 이렇게 나서서 스타벅스의 도덕성에 판단을 내려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시장원리에 따라 언젠가는 싸구려 프랜차이즈로 전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때는 또 뭐가지도 논란이 일어날 지도 모를 일이다. 맥도날드의 콜라 한 잔의 원가가 50원이니 하는 말은 공공연하게 떠돌지만, 맥도날드에서 비싸다고 시비거는 사람은 없다. 곧 스타벅스에 대해 시비를 거는 사람도 줄어들 것이고, 그 때는 지금의 프리미엄 전략이 다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스페인에 여행을 갔을 때, 집생각이 나면 한국 식당을 찾았었지만, 그 비싼 가격(순두부찌개는 만원이 넘고 밥과 김치는 5천원씩 따로)과 전화만 하면 '몇 분 자리 예약하시나요?'하는 럭셔리한 질문에 전화를 끊곤 했었다. 그래서 결국 해물볶음밥같은 맛의 매운 빠에야를 사 먹고는 스타벅스 커피에서 전세계적 프랜차이즈가 주는 안정감 같은 걸 잠시 맛보기도 했다.
스타벅스가 비싸게 느껴지면 '안 가면'된다. 단지, 자신이 '못 간다'고 느껴 비난하는 일은 하지 말도록, 스타벅스가 5천원을 내고 얻는 20분간의 무국적성 카페인 판타지 경험의 한 형태라면 그냥 놔둬주기 바란다. 눈에 거슬린다면? 식당에서 마시는 소주 한 벙에 국가가 매기는 세금이얼마나 비싼지에도 분로를 느끼고, 매일 최저가 행진을 단행하기 위해 이마트같은 범국민적 유통조직이 얼마나 많은 인력을 혹사시키는 지도 알아보길 바란다. 단지 5천원이라는 프라푸치노 가격 하나로 온라인 상에서 욕한 번 더 할 생각 하지말고.
나는 스타벅스가 좋지도 싫지도 않다. 하지만, 아직까지 로즈버드에서는 에스프레소 도피오라고 이야기하면 모른다고 찌푸리는 표정은 지었지만, 스타벅스는 전국 어느 점포에서도 친절하고 괜찮게 내려준다. 3천원 내고 맛 괜찮은 커피 마시는 데 스타벅스만한 곳은 없다. 물론, 비싸다는 동네 한 귀퉁이 마다 어김없이 차지하는 녹색 간판의, 인사동에서는 한글간판까지 다는 그 가증스러운 회사가 싫다면 비웃으면서 그냥 지나가기 바란다. 자꾸 자판기 커피하고 레쓰비 커피하고 비교하는 사람이 있다면, 몸보신에는 꼬리곰탕보다 농심 사리곰탕면이 가격대 성능비가 더 좋지 않냐고 따져줄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