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6일 싱가폴항공편으로 SFO-ICN 귀국편에 오릅니다.
학교가 있던 헤이워드가 워낙에 조용한 동네라 별 느낌은 없겠지만, 주말마다 부지런히 원정을 다닌 샌프란시스코는 정말로 그리울 듯 하네요.

CRW_3284.jpg by you.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실 즈음에는 비행기에 오르고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예약 포스팅입니다. 그럼, 비행기가 이륙할 때의 그 아스라한 느낌을 한 곡의 노래로 표현하죠...


구글 크롬 그래픽 내러티브

sci.hi.fi/Hello, IT | 2008/09/04 10:19 | Keith.Gichurl
구글 크롬 웹브라우저는 지메일의 첫 등장과 파이어폭스의 첫 등장을 합쳐놓은 듯한 정도의 엄청난 관심 몰이를 하고 있다. 구글 크롬은 구글로서 가장 효과적으로 기성 OS와 경쟁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오픈 소스로 개발된 전용 브라우저이면서, 오히려 다른 기성 웹브라우저와 비교해 강력한 성능을 보여주면서, 구글의 서비스에는 최적화 된 그런 것을 말이다. 구글 크롬은 웹을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하기 위한 구글식 '우주정복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겠다.

아쉽게도 맥버전이 아직 나오지 않아서(사파리의 근간인 웹킷 기반인데도, 아이러니컬하게도 맥에서는 더 늦게 사용할 수 있다니!) 사용해 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눈길을 끈 것은 바로 구글 크롬을 설명하는 내러티브에 있다. 구글은 대부분 간결한 텍스트로 설명을 하거나 구글 문서도구(Docs)같은 경우 비디오로 설명하는 방식을 채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구글 크롬 만큼은 만화, 즉 그래픽 내러티브를 이용해서 전달하고 있다. 이번 구글 크롬의 그래픽 내러티브는 만화 이해하기(understanding Comics)의 저자인 스캇 맥클라우드(Scott McCloud)가 만들었다. (전체만화 보는 링크 : http://www.google.com/googlebooks/chrome/)

스캇 맥클라우드 작품 : 구글 크롬 그래픽 내러티브

스캇 맥클라우드의 만화작법에 대한 이론이 충실히 반영된 설명방식. 액티브엑스 같은 플러그인의 난감함에 대한 설명이다.

특히 맥클라우드의 이론서에 나온 것 처럼 패널전환을 이용한 이야기의 흐름, 감정이 실린 그림과 소리를 대신하는 텍스트 등의 기법이 총망라 된 이런 페이지 같은 경우를 볼 때 구글 크롬을 설명하는 데는 그래픽 내러티브의 도입이 효과적인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웹브라우저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IE계열도 기존 엔진에 여러 기술을 결합한 웹브라우저들이 많이 공개되었고, 모질라 같은 오픈소스 진영에 의해 탄생한 파이어폭스 웹브라우저나 그 외의 많은 웹 브라우저들이 오픈소스 기반으로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나와 있다. 특히, 이런 서비스에 최적화된 브라우저로서 모질라 기반의 플록(Flock)같은 경우 플리커나 블로그,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킹에 최적화된 웹브라우저로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글 크롬으로서는 자신들의 새로운 기술을 자세하게 전달하게 산만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매체가 필요했을 것이다. 동영상은 빠르게 진행할 것인가 느리게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웹브라우저에서 보여지는 화면에 적합한 영상을 어떻게 꾸밀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  그리고 위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브라우저 창과 실제 인물의 대화를 특수효과를 이용해 만들어야 한다. 이럴 경우 제작에 대한 부담감도 클 것이고, 특히 크롬 브라우저의 빠른 속도와 간편함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인 '플래시 비디오'를 구동해야 하는 위험성도 도사리고 있다. 텍스트 기반이라면, 이 방대한 기술적 내용을 한 번의 방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서술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구글은 짐작했을 것이다.그럴 경우 크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기술적인 혁신'에 대한 전달이 특정 계층에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

시각적으로 효과적이면서도 자세하게 전달하기 위해 구글은 스캇 맥클라우드의 그래픽 내러티브를 이용하는 판단을 내렸다. 특히, 이 만화는 구글을 환기시키는 컬러톤에 시각적으로 부담이 없는 그림체가 돋보인다. 특히, 굉장히 복잡한 기술적인 내용의 경우 이 만화를 읽다 보면 감이기 때문에, 크롬이라는 웹 브라우저에 대한 이해도도 굉장히 높아진다. 동영상이나 텍스트의 경우 시각적으로 한번에 받아들이는 분량에 맞춘 컨트롤이 힘든 편이다.
스캇 맥클라우드작 구글 크롬 그래픽 내러티브

구글 크롬의 목적을 '알기 쉬운(!)' 그림으로 잘 표현하고 있는 사례.


이 페이지는 구글 크롬이 왜 이런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크롬'이라는 것을 없애게 되었을 때 사용자가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지도 설명한다. 아래 패널의 그림을 보면 '크롬'이라는 UI테두리를 인식하지 않는 네이티브한 웹 브라우징을 위해 노력한 개발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맥클라우드의 이론서를 보면 자주 등장하는 형태의 설명방식인데, 시각을 통해 인지하는 내용이 불필요한 껍데기 없이 인식되도록 하는 구글 크롬의 목적을 설명한다.

이 단 한페이지만 봐도 구글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분명해지고 있다. 구글은 다양한 플랫폼에서 구동이 가능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공개해왔다. 그리고 이제 그 플랫폼과 서비스의 경계인 '크롬'을 없애버린 웹브라우저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 이름은, 크롬이 없어진 자리에 붙여지는 '크롬'이다.

웹의 변화과정을 살펴보면, 경계가 없어야 할 인터넷임에도 이상하게 한국과 미국의 인터넷 문화를 비교하게 된다. 두 나라 다 인터넷이 생활에 아주 밀접하게 관계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사용환경의 양상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은 유난히도 특정 플랫폼에 민감한 서비스들이 많은 곳이다. 미국같은 경우는 촌스럽더라도 다양한 환경에서 이용이 쉽도록 만드는 서비스들이 많다(물론 안 그런 서비스는 더 많지만, 우리나라 스포츠 신문보다 더 산만하고 지저분한 서비스도 지천에 있다.)

물질적이고 육체적인 것을 초월하고 정신적인 가치를 중요하는 것이 동양적인 사상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줄이고 비우는 생략과 여백이 동양의 정신이라는 말도 많이 한다. 하지만, 구글 크롬을 보면, 웹의 여백을 중시하고 육체를 버리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곳이 서양이 주체가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문화에는 화면 렌더링에 알맞은 헬베티카 같은 폰트와, WWW의 초기 부흥 시기의 화려한 웹의 끝까지 갔다가 이제는 HTML와 CSS를 분리하면서, 화면의 레이아웃의 미려함과 사용성을 고려한 그 동안의 행보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멀티 컨버전스와 유비쿼터스는 거창한 단어의 사용이 아니라, 이런 거대한 흐름을 꿰뚫는 맥락의 이해가 중요하다. 간결하고 명확하게 자신의 기능에 충실한 모듈(module)들이 있을 때, 이런 것들을 적절히 매쉬업(mashup)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맥클라우드는 만화 이해하기(Understanding Comics)에서 만화(Comics)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를 홈통(gutter)로 설명했다. 거터, 즉 홈통이라고 불리는 것은 만화에서 네모로 둘러쌓인 패널과 그 다음 패널 사이의 틈을 말한다. 만화는 정지된 그림을 비연속적으로 제시한다. 뇌에서는 이런 비연속적인 이미지를 받아들여서 하나의 흐름으로 다시 조립하게 된다. 이 홈통이라고 불리는 여백이라는 역할은 그런 비연속적 이미지들을 재조합하게 뇌로 하여금 상상하게 하고 인식을 효과적으로 하게끔 숨 쉴 틈을 주게 한다.

그냥 깔끔한 웹브라우저 하나 만들었을 뿐인데, 구글에 대한 환호가 이어지는 이유는 앞으로 웹이 변해야 할 방향을 제일 잘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윈도(Windows)라는 창에 갇혀있던 네티즌을 해방하기 위해 그크롬색 창을 깨야 한다는 가장 혁신적인 혁명의 방식을 제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구글 크롬은 단순한 코드해석의 신기술이나 디자인의 혁신이 아닌, 인터넷과 플랫폼의 지위를 전복하려는 대담한 시도이다.

Blackout Crew - Put A Donk On It

POP*OUT | 2008/08/22 13:12 | Keith.Gichurl

Blackout Crew의 신곡 Put A Donk On It.
한 미국 블로그에서 조롱하는 투로 글을 어디 메타블로그로 전송했었는데, 나는 글은 안 읽고 음악만 들었더랬다. 영국억양의 랩과 그야말로 '바운시(Bouncy)'한 사운드의 집합체!

donk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테크노풍의 사운드로 NRG계열의 드럼 사운드로 여기서 진짜 Put a donk on it이후에 나오는 그런 소리를 생각하면 된다.

Birth of the Cool

POP*OUT | 2008/08/20 09:25 | Keith.Gichurl
Miles David - Birth of the Cool cover

마일스 데이비스의 "쿨함의 탄생" Miles Davis Birth of the Cool,.(Capitol Records), 1957. Album cover photograph by Aram Avakian. Collection of Dee and Gianna Kerrison, Corona Del Mar, California.


오클랜드에 있는 주립 미술관(Capital Museum of Oakland)에서 하는 "쿨의 탄생"전시는 1950년대 중후반, 전후을 중심으로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된 쿨한 디자인의 역사를 보여준다. 로스앤젤레스(LA)지역을 중심으로 '쿨'이라는 미학을 중심으로 쿨재즈, 모더니즘 건축, 모더니즘 디자인, 웨스트 코스트 하드엣지 페인팅 등의 다양한 현상을 조망하는 이 전시는 원래 오렌지 카운티 미술관(Orange County Museum of Art)의 큐레이터 엘리자벳 암스트롱에 의해 기획되었다고 한다. (보도자료 "Birth of the Cool: California Art, Design, and Culture at Midcentury") 그리고 이 전시의 타이틀은 마일스 데이비스의 동명 앨범 타이틀을 인용한 것이다.

이란 단어는 아프리카에서 그 뿌리를 두고 있는 말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꽤 오래된 역사를 가진 말이다. 시대정신(Zeitgeist)이나 삶에 대한 인식, 태도 등의 총체적인 미학을 일컺는 말로, 가장 풍부하게 사용하던 시절은 아마도 이 전시가 초점을 맞춘 1950년 중후반이었을 것이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쿨함의 척도는 일종의 제로섬 게임으로서 어떠한 것이 쿨하려면 다른 '덜 쿨한' 비교대상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의 쿨함은, 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왕가위의 영화들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가 국내에 소개되면서 트렌드가 되었다.

이 시기가 중요한 이유는 당시의 캘리포니아는 전쟁후에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즉 쿨함을 생활속에 도입하면서 건축이나 디자인, 음악 등의 모든 분야에서 풍성한 수확을 이루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세기말과 지금의 테러의 위협이 도사리기 전까지의 약 50여년이 채 안되는 시기에 우리가 현대라고 부르는 모든 것의 근간이 나왔다. 그리고 어쩌면 거기서 크게 바뀌지 않았을 수도 있다. 전후에 등장한 플라스틱이나 메탈같은 소재를 이용한 허먼 밀러상사의 임즈체어 라던지 하는 그런 디자인 개념은 현재까지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레이 임즈와 찰스 임즈

레이/찰스 임즈의 사무실 | Office of Charles and Ray Eames, Archival Photograph, 1950s. Courtesy Eames Office LLC, Santa Monica, California.


쿨함의 탄생이라는 멋진 타이틀을 걸고, 순수예술과 대중문화, 상업예술의 경계를 없앤 이 전시는 미국이 가장 화려하게 도약한 지난 반세기의 모습과 지금 가장 부유한 지역이 된 캘리포니아의 자산을 자랑하는 전시이기도 했다. 쿨하다는 단어는 '새롭다' 혹은 '멋지다'라는 구체적인 의미를 담기 보다는, 지금 평범한 모든 것들과는 아주 다른 독특함을 발산하는 대상을 묘사할 때 사용한다. 잡지나 디자인 컨셉이 근사한 영화 같은데서 선보이는 비현실적인, 심플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가득찬 라이프스타일이 존재했던 시대가 있었고, 그 때 쿨함은 탄생했다.

슐만 사진, 케이스 스터디 22번

Julius Shulman, photograph of Case Study House #22 (Pierre Koenig, architect, Los Angeles, 1959–60), 1960. © J. Paul Getty Trust. Used with permission. Julius Shulman Photography Archive, Research Library at the Getty Research Institute.



* 이 전시의 메인 포스터에도 쓰인 이미지인 쥴리어스 슐만의 사진인 "케이스 스터디 #21" 때문에 이 전시를 보게 되었다. 이 사진은 쿨함이 절정에 다다른 시기의 모더니즘 디자인으로 가득 찬 라이프 스타일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쥴리어스 슐만 케이스 스터디 넘버 21

쥴리어스 슐만의 케이스 스터디 #21 | 사진제공: 오클랜드 캘리포니아 주립 미술관(OMCA)


그리고 이 이미지는 더블유 매거진(W Magazine)에 의해, "가정의 화목(Domestic Bliss)" 이라는 타이틀로 재생산된다.

더블유 매거진 안젤리나 졸리 브래드 피트 90년대풍 거실 사진

Brad Pitt collaborates with photographer Steven Klein to create this portfolio of images, while starring in it alongside his Mr. and Mrs. Smith costar and purported new love, Angelina Jolie. 1 On her: Luisa Beccaria silk satin dress. Harry Winston earrings; D&G shoes. On him: Thom Browne wool suit. By Christopher Bagley Photographed by Steven Klein



* 전시가 열린 오클랜드 캘리포니아 미술관은 오클랜드의 바트역 "Lake Merritt"에서 도보로 10분 이내의 거리에 위치해있다. 역이름처럼 이곳에는 메릿 호수가 위치해 있다. 규모가 거대하지는 않지만, 한 눈에 넉넉한 호수를 내다 볼 수 있을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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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이발관 5집 / 가장 보통의 존재

POP*OUT | 2008/08/07 20:09 | Keith.Gichurl
어릴 때 한 라디오에서 우연히 듣게 된 이야기에서 모든 것은 시작했다. 어떤 사람이 PC통신에서 음악이야기를 많이 하다가 한 방송에 나가게 되고, 자기도 모르게 거짓말로 "언니네 이발관"이란 밴드를 한다고 말해버린다고. 게다가 "언니네 이발관"은 일본 세미포르노의 제목이라고. 그리고 1년여가 지난 시간이 흐르고, 그 사람은 정말 밴드를 만들어 앨범을 낸다고. 그 후 4집까지의 음반을 내던 언니네 이발관은 '모던'한 감성을 대변하는 밴드가 되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나는 언니네 이발관의 음악을 한참 후에야 처음 듣게 된다. 친구가 인터넷 방송에서 틀어준 곡을 듣던 중에 이래 저래 인터넷을 검색했고, "꿈의 팝송"의 4집 수록버전을 듣게 된다. 어떻게 이런 밴드가 있을까. 내가 잘 하는 말 중에 하나인

왜 아직까지 이런 음악이 있는 걸 몰랐지.
언니네 이발관은 시대가 말해주는 것과, 음악의 시류와, 제반환경과는 아무 관계없이 존재하는 음악 같았다. 가장 보편적인, 록으로 노래하는 사람의 감정과도 같은 이 밴드의 새 앨범의 발매연기 소식을 뒤늦게 접하고는 어제밤부터 계속해서 발매를 기다렸다.


언니네 이발관 홈페이지 Shakeyourbodymoveyourbody.com에 올라 온 앨범 '가장 보통의 존재'를 듣는법.



2008/08/08   언니네 이발관 : 시즌3 또는 시즌1 [6]
2008/07/30   언니네 이발관 <가장 보통의 존재> 프리뷰 [20]
2008/07/30   언니네 이발관 <가장 보통의 존재>발매 임박 [10]
쥬크온에서 씨디굽기로 프로그램을 교란해서 320K의 MP3파일을 구입하고, 아이팟에 넣고, 내가 갖고 있는 제일 좋은 리시버인 AKG의 염가형 DJ헤드폰인 K81DJ를 꺼냈다.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고, 산 마테오 다리가 보이는 테라스에서 담요를 두르고 플레이를 눌렀다.

아이팟이 생기면서 10초도안의 인트로, 중간의 후렴구, 마지막 등을 대충 들어보고 좋은 곡만 듣던 습관이 굳어진 게 한참이다. 특히, 아이팟 셔플을 주로 들으면서 매일 듣는 곡만 넣어서 듣고 다녔었다. 언니네 이발관의 앨범을 제대로 듣게 된 게 난생 처음이 아닐까 한다. 아이팟 나노의 휠을 돌리면 맘대로 원하는 부분을 찾을 수 있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다음 곡으로 넘어갈 수도 있었다. 지금 세 번째 음반을 플레이하며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언제 플레이를 눌렀는지 모를정도로 헤드폰이 눌러오는 머리가 아파오도록 음반을 계속해서 듣고 있다.

누군가는 단편 소설집에 비유하고, 누군가는 영화 한 편에 비유를 한다. 친구 한 명은 앨범을 하나의 트랙으로 만들었으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설명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그냥 첫 곡부터 마지막 곡이 어느새 끝난 순간까지 시간은 지나가 있으니까. 아이팟으로 음악을 듣는 시대에 앨범으로 듣는 음악이 나왔다. 이 앨범은 기다리는 사람이나, 만드는 사람이나 인내심의 한계를 넘나들면서 그 존재를 기다려온 셈이다. 이 앨범에 굉장하다는, 올 해 최고의 앨범이라는, 꼭 들어야 한다는 등의 수식어를 붙이지는 않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이 앨범은 그 제목처럼 "가장 보통의 존재"일 것이다. 음악 이라는 아주 순수한 형태를 다시금 보여준 '보통'이라는, 지금은 그 의미가 많이 비뚫어진 수식어를 쓰는 그런 앨범인 것이다.

아주 오랜만에 음악 이외에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듯, 귀로 계속해서 듣고만 있었다. 가장 보통의 음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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